본문 바로가기
여행단상

페이지 중간중간에는 호텔영수증과 환전 영수증 따위가 꼽혀져 있고

by 함피 2009. 8. 1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저러한 이유로 예전에 내가 여행할 때 갖고 다니던
인도 Lonely Planet을 뒤적거리게 되었다.
책에는 지난날의 여행 흔적들이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인도에서 유일하게 못 가봤던 Gujarat구자라트주와 Sikkim씨킴주의 페이지는
손때가 많이 묻지 않아 하얀색이 남아있었고
그 외의 주들은 시커멓게 손때가 묻어있었다.
한창 여행 다닐 때는 원하는 곳을 한번에 척척 펼치곤 했었다.

페이지 중간중간에는 호텔영수증과 환전 영수증 따위가 꼽혀져 있다.
1달러에 41.20루피의 금액으로 100달러를 Indian Overseas Bank에서 바꾼 영수증,
뭄바이 Hotel Oasis의 525루피 (이렇게 큰 금액에 잤다니!!!) 영수증,
고아의 꼴바 해변에서 묵었던 Hotel Colmar의 150루피 영수증,
1달러에 40.85루피로 50달러를 환전한 영수증,
어떤 영수증인지 모르지만 Development Fees 라고 영어로 쓰여있고
무슨 주인지 모를 남인도의 글자가 쓰여진 1루피 짜리의 작은 영수증도 나왔다.
아마 더 많은 영수증들이 여행 때 썼던 일기장에 꼽혀있을 것이다.
이런 지난 날들의 흔적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참 아득하다.
씩씩하고 용감하게 인도 전역을 누비고 다니던 때도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아마 예전에 여행하던 식으로는 다시는 여행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곳이던 아무튼 싼 숙소를 찾아 겨우 몸을 눕히고,
5분간의 흥정 끝에 겨우 10루피를 깎아 릭샤를 타고,
10루피 짜리 볼품없는 식사에도 기쁜 마음으로 배를 채우고,
맘에 드는 유적지나 마을 등 아무 곳에서나 퍼질러 앉아
현지인들이나 여행자들과 어울려 농담을 주고 받던 그때,
그래도 그때 꽤 행복해 했었던 것 같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예전의 이러저러한 경험과 체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옛날 일들을 아련하게나마 더듬더듬 추억할 수 있다는 것도 꽤 행복한 일이다.
이제 손 때 묻은, 추억이 함축된 책을 덮어 원래 있던 책꽂이에 꽂는다.
나중에 또 이런저런 이유가 생겨 책을 다시 꺼내 들춰보게 될지,
계속 책꽂이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책이 책꽂이에 꽂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뿐.



 

'여행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것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2) 2009.07.21
후타오샤 트래킹  (0) 2009.07.21
홀리의 아이들  (0) 2009.07.18
신입사원, 벚꽃놀이 자리 잡아두기  (0) 2009.07.09
사탕수수 즙  (0) 2009.07.05
주렁주렁 메달린 즐거운 인생  (0) 2009.07.04
5월의 델리  (0) 2009.04.29
Free Tibet  (0) 2009.01.18
자이푸르의 꼬마들  (0) 2009.01.02
엘로라 소년  (0) 2008.12.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