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미안해 케빈

함피 2009. 2. 19. 22:07

케빈, 그리고 그의 아내 질.

29살 동갑내기인 부부는 미국 아리조나의 편안한 집을 등지고

한국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건너왔다.

그들은 전형적인 미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남자는 훤칠하고 여자또한 누가봐도 예쁘다고 할 그런 한쌍이다.

매우 잘 어울린다.


그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기 전 모기지론으로 집을 샀다.

90,000$ 를 들였고

140,000$을 모기지론으로 대출받았으며

20,000$를 더 들여 집을 수리했다.

총 250,000$가 집사는데 들어갔다.


그들의 예상으론 300,000$ 정도의 집값을 예상했고 한때 그렇게 오르기도 했었지만

현재 그 집 값은 105,000$ 이다.

집을 그대로 판다고 하더라도 35,000$의 모기지론을 갚아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은 월 1,000$에 집을 세 놓았다.

그러나 한달에 모기지론 이자는 1,200$ 이다.

한달에 200$가 고스란히 들어간다.


그런이유로 그들은 집값이 들지 않으며 고정적인 맞벌이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영어선생을 결정했다.

좀 전에 그들은 부산으로 떠났다.

1년간의 계약이 되어 있다고 한다.

떠나는 그들을 보니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케빈이 나한테 처음 얘기를 꺼낸것이 예전과 비교했을때 경제가 얼만큼 나빠졌냐는 물음이다.

주식이 40% 정도 빠졌고 펀드는 반토막이 났으며 모두들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불씨가 되었다고 미국을 질타했으며

미국의 전쟁역사를 비꼬는 티셔츠 사진을 보여주며 미국을 조롱했다.

물론 함께 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에게 정말 미안하다.

많은 피해를 입은 그들에게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연중 휴가를 맞아 서울에 또 올텐데

그땐 그들에게 좀 더 따듯하게 대해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