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기

2010년 12월 8일 수요일

함피 2010. 12. 8. 22:29



어쩌다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다보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가끔 게스트하우스를 기웃거린다.
크리스마스 트리용 전구를 달아 놓은 다음에는 더욱 그런것 같다.
예쁘다고 하며 마당까지 들어와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곳이 도대체 뭐하는곳인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몇번은 마당에 있는데 까페가 아닌가 하여 들어와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트리용 전구가 반짝이고 있는 가운데 눈이 내리니 왠지 그럴싸 해 보인다.
낮에 잠깐 눈이 내리더니 저녁이 되니 또다시 함박눈이 내렸다.
본격적인 눈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따듯해서인지 쌓이지는 않는다.

뉴스를 보니 청소년 인권 에세이 공모전에서 한 여고생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런데 그 여고생은 지금의 인권위는 상을 줄 자격이 없다며 대상을 거부했다.
와우!
대상으로 선정 될 만 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보면 어떤 고등학생들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의식이 있다.
나와 내 친구들은 고등학교때 그저 선생한테 맞지않고 즐겁게 학교를 마치면 그걸로 만족했던것 같다.
가끔 야간 자율학습을 땡땡이치고 나가서 술을 마시거나 나이트클럽에 가서 땀을 뻘뻘 흘리도록 춤을 추기도 했다.
한마디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을 어디다 둬야 하는지도 모른채 적당히 공부하는척 놀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특별히 반성이나 회개하는건 아니지만 좀 더 의식을 갖고 생활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자괴감 같은 게 든다.

또 다른 뉴스, 오늘이 존레논 타계 30주년이다.
내가 비틀즈를 즐겨듣기 시작한건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인 것 같다.
greatest 앨범이 하나 있었는데 예스터데이, 미쉘, 옐로서브마린 등 유명한 곡들이 모두 들어있다.
아직까지도 그 앨범을 갖고 있고 또 듣고 있다.
오래된 LP판으로 말하자면 Melany Safka라던가 Bob Welch, Randy Van Warmer, ABBA, Simon&Gafunkel 등의
오래된 팝송들이 꽤 많다.
클래식도 꽤 있어서 라디오에서 마음에 드는 크래식을 발견하여 집에가서 판을 뒤져보면 보통은 있다.
음악적으로 말하자면 그런대로 풍성한 어린시절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11살 때 듣던 앨범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듣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자부심이 든다.
사실은 첫째누나의 LP판들인데 나는 그 LP판을 계속 꾸준히 간직할것을 어린나이에도 계획해 두고 있었다.
누나가 CD를 듣기 시작하고 시집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LP판들은 나의 몫이 되었고
이사를 꽤 여러번 다니면서도 소중히 간직했다.
가끔 어떤 게스트들은 LP판으로 음악을 처음 들어본다며 신기해했다.
LP로 음악을 들으면 옛날의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과연 LP를 보관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존레논 타계 30주년이고 하여 이메진을 흥얼거렸다.
마침 눈도 내리고 있었다. 잘 어울렸다.
킬링필드를 본 후 잔잔히 흘러나오는 이메진이 생각났다.
눈이 평화를 상징하지는 않지만 묘한 관계가 있는것 같다.
개똥과 쓰래기와 이세상의 지저분하고 악한것들을 모두 싸악 덮어준다. 잠시동안이라도.
그래서 눈이 내리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아름다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