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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우주의 본성

by 함피 2008. 10. 15.

우주의 본성


우주는 원주 집에 있는 진돗개 이름이다.
털이 새하얗고 잘생긴 놈이다.
그의 짝은 영롱인데 새끼를 낳은지 얼마 안됐다.
6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4마리는 주위에 분양해주고
2마리가 남았다.
1마리를 마저 분양 해주고 남은 숫놈 1마리만 키운다고 한다.
이제 2개월가량 된 새끼들은
부드러운 하얀 털이 북실북실하고 자주 낑낑대며
꼼직꼼직 움직이는것이 너무 귀엽다.


나는 개(동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주말에 집에가면 우주와 영롱을 줄 양쪽에 목줄을 끼고 산책을 하곤 한다.
우주와 영롱은 좋아서 꼬리를 미친듯이 흔들고
이리저리 주변의 냄새를 킁킁 맡는다.
그리고 내가 이끄는대로 산책을 나간다.


그날도 주변을 산책하는데 멀리서 개가 짖어댔다.
나는 우주와 영롱이를 이끌고 그 개가 묶여 있는곳으로 다가갔다.
그 개는 몸집이 큰 짙은 갈색의 잡종이 조금 섞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같았다.
우주와 영롱이를 보자 래브라도는 더욱 세차게 짖어댔다.
이웃이니 얼굴을 익히고 친하게 지내보라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래브라도는 짖기를 멈추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생긴 이웃집 개였다.


래브라도는 멀리서는 짖더니 가까이가자
시선을 멀리에 고정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우주는 그 옆에서 얼굴을 비스듬히 맞대며 냄새를 맡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래브라도는 시선을 멀리에 고정하고 그대로 있었다.
나는 이들이 탐색을 마치고 뭔가 친분을 갖기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을 비스듬히 맞대고 있던 우주가 갑자기 래브라도를 공격했다.
한마디로 광기였다.
우주가 너무 세게 줄을 당기고 공격을 한 나머지 줄을 잡은 내 새끼손가락이 까졌다.
나는 무척 놀랐다. 손에 상처가 난 것도 몰랐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갑작스럽고 강력하고 살벌한 맹수들의 싸움터 옆에 있는것 같았다.


내가 놀란것은 공격을 한 것 자체가 아니다.
어떤 개던지 다른개를 향해 공격을 하는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보통 개들은 멀리서부터 짖어대고 흥분을 하는 등
공격을 할거라는 신호를 보낸다.
뭔 일이 일어날거라고 곧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는 그러지 않았다.
얌전하게 걸음을 옮겼고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그대로 였다.


그렇게 평화로운 오후였는데 갑자기 우주가 180도로 돌변하여 래브라도를 공격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얌전히 다가가서 예상치 못하게 공격할거라는 계산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 광기가 우주에게 있었는지는 정말 몰랐다.
늘 어느정도 겁이 있는 놈이고 사람말을 잘 따르고 순종했던 놈이다.
그런데 그렇게 순하게 다가가서 예상치 못한 공격을 하다니…
내가 미리 조심했어야 했다.


나는 우주가 조금 무서워졌다.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순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광기를 숨기고 있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다.
어떤날은 우주에게 조금 심하게 장난을 치고 놀기도 했는데
나를 공격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집에 가면 여전히 우주와 영롱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이뻐해주겠지만 그 공격을 절대 잊지는 못할것이다.
조금이긴 해도 거리가 생겼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집에 들어와서 얘기했더니 어느날 줄이 풀린 우주가
가끔 줄에 묶인 우주 옆에 와서 약을 올렸던 개를 찾아가
물어 죽였다고 한다.
무서운 놈이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항상 볼 수 있는 얼굴에는 이면이 있겠지.
확실한 것은 보이는 것이 모두 그대로의 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이치는 많이 배우고 또 알고도 있지만
경험하기 전에는 잘 실감이 안난다
중요한 것은 항상 볼 수 있는 얼굴과 그 이면 모두 그의 얼굴이라는 점이다.
그 두가지가 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존중해줘야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에 낳았던
우주와 영롱이의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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