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일기

2014.8.7. 이사

by 함피 2014. 8. 7.

이사를 앞두고 있으면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질 지경이 된다.
본격적으로 서울생활을 시작한 게 2002년부터다.
원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방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녔다.
내 수중에는 단 5백만원이 있었다.
하루 종일 이런저런 방을 보러 다니다 밤늦게 다시 원주로 내려갔다가
다음날 다시 서울로 올라와 방을 구하러 다녔다.
별의별 방이 다 있었다.
5백만원짜리 방들은 인도 여행중에 머물렀던 가장 후진 게스트하우스보다도
100배는 후진 어두컴컴한 방들뿐이었다.
이름 모를 골목, 어떤 집에서 흘러 나오는 웃음소리와 불빛, tv소리를 들으며
내 몸 하나 뉘일 공간 찾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서럽구나 하며 절망에 빠지곤 했다.
집, 대문, 창문들이 수억, 수십억개는 있을 이 큰 서울에서 방 하나 구하는 게 이다지도 어렵단 말인가?!


그래도 구하면 열린다고 아현동에 보증금 5백만원에 월30만원으로 한 옥탑방을 구했다.
편하게 누울자리 있다는 게 행복했다.
옥상에서는 서울타워도 보였다.
시원하게 서울 경치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몇 년 후에는 같은 동네에 조금 더 넓은 반지하로 이사를 갔다.
좀 더 넓은 대신 빛이 잘 들지 않았다.
마치 무덤 같았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다시 옥탑으로 이사를 갔다.
옥상의 지저분한 주인집 물건들이 있었는데 좀 치워달라고 했더니
대충 살지 뭐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고 했다.
대충 살아라…. 이 말을 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대충 산 것 같다.
정확하고 명확하고 꼼꼼한 삶이 어디 있으랴.
다음엔 길건너 동네에 2층으로 이사를 갔다.

 

방 찾아 다니고 계약하고 주인과 이런저런 문제를 이야기 하고….. 이런것들이 스트레스라
그렇게들 자기집을 사려고 하는것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대충 살라고 말하지도 않는곳. 내집.

어쨌든 그 후에도 몇번의 이사를 거쳤다.
그리고 또 이사를 가야한다.
이리저리 옮기며 좀 더 낫고 편한 방을 찾아 12년을 산 셈이다.
앞으로도 몇 년이나 더 이사 다녀야 할까?
사는 게 여행 다닐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뭐… 어쨌든, 여행이든 일상이든 삶은 삶이지.

 

 

 

'매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  (0) 2018.09.14
2018. 8.27. 월, 미안 베누아  (0) 2018.08.28
2018. 8. 24  (0) 2018.08.25
2018. 8. 23. 다래끼  (0) 2018.08.23
자전거  (0) 2014.09.16
2014.8.3. 주정뱅이  (0) 2014.08.04
2014.8.2. 완전더움, 냉면  (0) 2014.08.03
2014.8.1  (0) 2014.08.02
2014.7.31  (0) 2014.07.31
매일 일기는 이제 그만  (4) 2011.05.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