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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단상

라오스, 슬로우~ 슬로우~ 메콩강

by 함피 2005.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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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보트를 타고 후에싸이로 향하던 길은 라오스 여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다.
지붕이 낮아 불편하고 엔진소리가 무지 거슬리는 슬로우보트,
틈만나면 대마초를 피워대던 선장. 무지 착하고 순박한 선장의 조수.
슬로우보트가 괜히 슬로운가... 루앙프라방에서 후에싸이까지 2박3일이 걸리는것이다.
물길을 거슬러올라가야 하니 그렇다고는 하지만 다른사람들 얘기로는
거의 모두 1박 2일이면 된다고 하니 분명 그 배야 말로 진정한 슬로우가 아닌가..
일행은 몇명의 라오스 사람들과 일본남, 홍콩녀, 뉴질랜드녀, 나. 이렇게 4명의 여행자다.

처음 밤을 보낼 작은 마을에 도착.
마을입구에 유일한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있었지만 마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마을로 가서 적당한 집을 골라 재워달라고.. 먹여달라고..
(영어가 한마디도 안통하니 무조건 바디랭귀지다) 하니 OK 한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깡시골이라 벌써 사방이 어두워졌다.
라면을 끓여주고 모기장까지 쳐진 멋진 테라스에서 자는데 25밧.
라면 먹다 말고 고개를 드니까 온동네 사람들이 와서 눈을 반짝이며 구경을한다.
하하... 나는 동네사람들 구경하고 동네사람들은 나를 구경하고..
그런데 먹고 있는데 그렇게들 보고 있으니.... 이거 좀 난감하잔아...

역시 아이들과는 쉽게 친해진다.
라면을 먹고난 후 아이들과 좀 놀다가 멋진 테라스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풀벌레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살짝돌리면 별이 쏫아지는 곳이다

아침6시30분. 출발!
아....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게 어딨냐....
대충씻고 다시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가끔 배 지붕위에 올라가 주변의 경치를 감상한다.
물살이 조금만 쎄지면 선장이 소리친다.
" 내려와! 위험해!"
"아.. 괜찬아요 여기가 안에 있는것보다 훨 좋아!"
"빨리 안내려와??"
"네 갈께요,.. -_-;; "
아흐... 안에 있으면(물론 창문도 없고 문도 없어 안과 밖의 차이가 미묘 하긴 하지만)
엔진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려서 싫다... 어휴~~
좀 앉아 있다가 다시 지붕으로 슬쩍 올라간다.
아~ 강 양쪽으론 그야말로 밀림이 울창하다.

이렇게 올라갔다 내려왔다 몇번하다보니 두번째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는... 그러니까.. 게스트하우스도 없는 마을이다.
어디서 자라고???
머.. 할말은 없다. 게스트하우스 있는 마을에서도 거기서 안잤으니까..
다시 마을탐방이다.
그런데 이미 너무 깜깜해져 있다.
조금 올라가니 집이 몇채밖에 없는... 아니 안보이는.. 작은 마을..
그런데 왠 대마초 냄새가 이리도 날까...

마을입구에는 작은 구멍가게 같은게 있었는데...
갈곳도 없고하여 그곳에 앉아 있자니
마을 청년이 대마초 말린것을 나무채로 갖고와서 피우란다.. 컥..
오늘은 그 구멍가게에서 재워준단다.
팔고 있는 몇가지 과자류와 물건들을 치우고 그 자리에서 잔다.
역시 이불도 주고 모기장도 쳐준다.
아..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
아침에 나오는데 돈을 안받겠다고 하여 20밧씩 억지로 주고 다시 배를 탔다.

이제 3일째다.
3일째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나고, 지붕이 낮아 불편한 배를 탄다는건
아무리 열악한 환경도 마다 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좀 싫다~~~

다행히 3일째는 몇시간 안가서 후에싸이 도착!!
고마워요 선장님, 고마워요 선장의 조수~~

그리곤 여행자들도 모두 헤어지고 일본남과 나만 태국 국경을 넘었다.
골든트라이앵글에서 라오스와 미얀마와 태국 국경을 한번에 본 후
치앙라이로 향한다.


이렇게 메콩강을 따라 여행했던 2박3일은 세월이 꽤 흐른지금에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가 98년이니까 벌써 6년이나 지났다.

약간 의심나는 부분은
점심과 아침식사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특별히 생각나지 않는것을 보면 별무리없이 해결해서 배는 고프지 않았던것 같다.
난 배가 고프면 좀 광분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라오스여행때 몇몇 생각나는일들이 있지만 아마도 이 마지막 3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던것 같다.
슬로우 슬로우~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느껴보라구요!!

98년 9월 즈음..

ham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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