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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pe Garden House

장기체류자

by 함피 2012. 9. 1.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장기체류자들 얘기를 해보자.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여행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한곳에서 오랫동안 체류 하기도 하는것이다.

이제 나오는 게스트들은 고향으로 돌아간 친구도 있고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머무는 친구도 있고 다른곳으로 방을 구해 옮긴 친구도 있다.

 

가장 오래된 친구는 프랑스에서 온 마군!

처음 3개월 체류기간을 다 채우고 일본에 잠시 들렀다 와서는

다시 3개월 체류기간을 다 채울 기세다.

마군은 얼굴보기가 어렵다.

언제 와서 자는지 그 시간이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허구한날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 무얼 하느냐??!!

피씨방에서 게임을 한다!

4개월째 컴퓨터 게임을 한다.

아... 징한놈.

 

칠레에서 온 다니양!

다니양은 처음엔 몇일 예약으로 게스트하우스에 왔다가

아예 한달간 머물겠다고 연장했다.

한 달간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서울관광도 했을것이요, 홍대관광도 했을것이요, 이런저런 친구들도 사겼을것이다.

그 다음엔 한달을 더 연장하고 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우겠다고 한다.

무엇때문에 한국말을 배울 생각을 했고

한국의 어떤점이 맘에 들어 더 머물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동안에 한국 남자친구가 생겼고

가끔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쪽쪽 거리는것을 볼 수 있다.

화장을 아주 오랫동안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정성이 갸륵할 정도다.

화장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얘긴데 그 다음에 나올 엘리양에 비하면 나니양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자.. 전설의 엘리양!

이런 얘기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좀 부담스런 바디를 갖고 있다.

미국인 치고 뚱뚱한편은 아닌데 바스트가 아주 크다.

그렇지만, 그러하므로 섹시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거..참.

엘리양의 화장도구는 놀라울정도로 체계적이고 놀라울정도로 정리가 잘되어 있고 놀라울정도로 많다.

온갖 붓과 뭔지모를 온갖 작은 용기들, 칼라풀한 이런저런것들이 슈트케이스로 하나 가득이다.

미술학도의 미술도구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가끔 침대를 모두 차지한 도구들을 늘어놓고 화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장은 두어시간을 훌쩍 넘기는데 완전히 다른인간으로 재탄생하는것은 아닌가하는 걱정? 기대? 궁금증이 인다.

예술가가 따로 없다.

어쨋거나 엘리양은 한국어를 공부하러 왔다.

왜 한국어를 공부할까 하는 궁금증이 있는데

그것은 너무 개인적이기도 하고 식상하기도 하고 뜬금없기도 하여 물어보진 않았다.

 

그 다음은 이스라엘에서 온 타양과 하양으로 홍대 교환학생이었는데 장장 5개월을 머물렀다.

둘은 명랑한 친구들로 가족같이 지냈다.

고향에서 그들의 가족도 방문하여 이스라엘의 명절도 함께 보냈고

이벤트성이긴 하나 김치만들기도 해봤고 함께 음식도 여러번 만들어 먹었다.

돌아갈 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꼭 다시 보자는 기약없는 약속도 했다.

가끔 생각하면 그립다.

 

어떤 국제기구의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 미국에서 온 마리양은 두달반을 머물렀다.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니 별 색다른거 없이 잘 머물다 갔다.

매우 긍정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어서 무엇인가 말하거나 부탁하거나 양해를 구하면 흔쾌히 웃는 얼굴로 OK!! 한다.

키가 커서 그런가 꽤 대범하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정도로 조용하게 지내다 간 일본인 아키양도 있다.

한달 넘게 있으면서 몇번 얼굴을 마주쳤을뿐이다.

역시 한국어를 배우러 왔다고 하는데 일본인이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건 일본인의 한국체류 이유중 큰부분을 차지한다.

 

이 외에도 더 있겠지만 대략 이렇다.

머물다 떠나고 머물다 떠나보내고 한다. 

게스트가 오래 지내는것이 내 입장에서 또한 머무는 그들 입장에서 좋은지 나쁜지 나는 아직 파악이 잘 안된다.

오랫동안 있는만큼 안정적인 수입이 되니 주인 입장에서는 좋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을지 모르나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뭔가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나 하여간에 그렇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름대로 장기체류에 대한 규칙이 정해질것이다.

중요한것은 그들이 행복하게 머물다 돌아가면 좋은것이고 한국에 대한 기억이 좋으면 그것으로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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