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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pe Garden House

갑자기 그리워. 트래비스.

by 함피 2014. 7. 16.

오늘은 갑자기 트래비스가 그리웠다.

사람은 가끔씩 자신도 모르게 오래 전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일들이나 사람이 그리워지곤 한다.

어쨌든 트래비스가 생각났다.

2년전쯤? 우리는 그때 입이 조금 궁금하여 뭔가 간단히 먹을 가벼운 음식을 찾고 있었는데

단골 간이술집에서 계란말이가 어떻겠냐고 물으니 가벼운 것은 닭도리탕이고 계란말이는 무거운것이라고 했다.

계란말이는 무거운 것. 닭도리탕은 가벼운 것?

전혀 반대의 생각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웃음이 절로 났다.

우리는 그때부터 입이 조금 궁금해 가벼운 것이 생각날 때면 닭도리탕? 하면서 웃음을 터트린다.

웃으며 그를 생각한다.

 

그는 여느 미국인과는 다르게 좀 진지한 면이 있었다.

보통의 미국인이라면, 특히 서울에 주말을 보내러 온 한국의 시골 영어 선생이라면

뭔가 재미난 것이나 어쨌든 술과 파티,

클럽 등을 찾기 마련인데 트래비스는 뭔가 조금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트래비스가 술을 먹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진지한 맛이 있었다.

예전 미국에 있을 때는 3년간 수도원 생활을 했었다고도 했다.

수도원에서는 완전한 금욕생활을 했고 라틴어도 배웠다.

뭔가 좀 모범생다우얘기지만 그렇다고 지루한 것은 아니었다.

 

고한.

아마 한국인들도 고한을 가본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카지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시골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한 달에 두어 번은 서울에 있는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러 왔다

가금씩 나는 그와 어울렸는데 주로 술을 마셨지만 얘기를 주로 많이 나눴다.

지금에 와서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생각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농담이나 주고 받은 것은 아니었다.

생각이 잘 나지 않더라도 소중한 추억이다.

 

오늘 갑자기 그가 생각나고 그리워 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 너가 그립다. 왠지모르지만. 이라고.

뭐라고 할까?

한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여행길에 나선 그가 지금은 어디네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마 미국 본가로 돌아갔을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가족과 함께 있는 사진이 있으니.

 

다시 볼 날이 있을까?

그가 한국에 다시 오지 않는다면 다시 볼 수는 없을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그를 잊은 것은 아니며 그도 나를 잊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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