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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유람

[경북/경주] 천년고도 경주로의 겨울여행

by 함피 2009.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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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아주아주 추운 날이었다.

하필이면 경주여행 날 이렇게 추울 건 뭐냐는 불만을 토로하며 10명의 떼가 경주를 향해 달렸다.

앞으로 3일간은 강추위가 계속 된다고 했으니 이번 여행은 추위와의 싸움이 될 게 뻔했다.

경주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

포항에서 온 두명의 일행이 먼저 숙소에 자리잡고 준비한 회를 내 놓았는데

양이 엄청나다.

서울에서 먹던대로 상추에 한두점 싸서 먹었더니

회는 그렇게 먹는게 아니라 주먹만큼 회를 집어서 먹는거라고 우긴다. (포항식?)

요즘엔 회보다 상추, 깻잎 값이 더 비싸다고 구박하면서.

그래서 모두들 왕창왕창 회를 먹었으나 워낙 많이 준비 해 와 결국 다 먹지를 못했다.

문어까지 데쳐서 준비해주셨는데 다 먹지 못하고 남겼으니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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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식사는 그 유명하다는 보문단지 근처에 있는 맷돌 순두부에서 먹었다.

그 주위에 순두부집이 꽤 많은데 유난히 이곳만 북적북적 손님이 많아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알려진 곳은 물론 맛이 좀 낫겠지만 그 유명세 덕분에

손님이 받아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는다거나

여유로워야 할 식사시간이 정신 없는 식사시간이 되기 일쑤여서

그 주위의 한가한 음식점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맘속에 품곤 한다.

조심스레 맘속에 품어야 하는 이유는

괜히 그런 얘길 꺼내서 다른 식당에 갔다가 맛이 없으면 큰일이 난다.

그 원망을 다 들어야 한다.(몇 달간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러니 잠자코 먹는 게 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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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첫날 일정 스타트!

신라석탑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분황사 석탑부터 시작이다.

날렵하지도 않고 그닥 정교한 멋도 없는 것이 사실인 이 탑은 그러나 뭔가 묵직한 인상이 남는다.

탑을 보고 티벳에서 신성하게 추앙 받는 카일라스 산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것은 억지 연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TV에서밖에 카일라스 산을 못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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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국립경주박물관이다.

나는 박물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박물관에 주욱~ 전시물을 전시한 것은 나를(관람자를) 위한것인데

그것은 나에게 전시물들을 보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 그들에겐 영혼이 빠져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그렇다고 분황사 석탑에서 영혼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다.

아마 내가 역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전시물의 설명을 봐서는 도대체 감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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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아 이런곳에서 파티(연회)를 열고

좋은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면 꽤 멋지겠다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안압지를 보았고

술잔을 이곳에서 어떻게 돌려 마셨을 것이라는 여러 추측이 난무한 포석정도 보았고

대릉원 고분공원으로 향해 그 유명한 천마총도 보았다.

나로서는 천마총 옆에 표주박 모양을 한 최대크기의 황남대총이 더 눈길이 간다.

그 다음엔 정말 유명한 첨성대.

첨성대를 길가쪽에서 보면 약간 기울어진 것처럼 보인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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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 옆 길가에는 쌈밥집이 주욱 늘어서 있다.

여러가지 반찬이 한상 가득 나오는 쌈밥이다.

반찬이 많이 나와 무척 푸짐하게 보이지만

(욕먹을 각오로 솔직하게 쓴다면) 그닥 먹을만한 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푸짐한 상차림은 보기에 좋았고 또 만족하며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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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경주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기림사와 골굴사.

기림사에서도 인등을 하나 킬까 했는데 일년단위만 가능하며 금액도 만만치 않아 포기,

골굴사는 넘 춥고 지쳐서 암좌에 올라가는 것 포기.

추운게 문제다.

옷도 변변찮게 입고 와서 더욱 춥다.

따듯한 아랫목 생각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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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왕이 세우기 시작해서 신문왕때에 완성을 본 감은사.

아쉽게도 감은사는 절 터만 남아 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허허벌판을 앞에 두고

탑만 두 개가 떠억 버티고 서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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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사지에서 바다쪽으로 조금만 가면 문무왕릉이 있다.

삼국이 통합돼 한나라가 되어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게 되었으나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가 걱정이다. 내가 죽은 뒤에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라.”

훌륭하지 않은가?!

파도가 엄청나게 높이 치고 있었다.

해변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오뎅국물로 추운 몸을 녹인 후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저녁엔 숙소앞 돼지갈비집이다.

식당이 불친절하다고 일행들끼리 설왕설래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서울과는 달리 지역사회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일정을 마치고 일행들과 갖는 술자리는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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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경주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석굴암과 불국사.

석굴암은 불상을 막고 있는 유리벽이 불만이로다.

석굴암의 아름다움에 감탄해야 하지만 사실 생각난 것은 인도의 엘로라, 아잔타다.

엘로라, 아잔타도 산 중턱에 토굴을 만들고 불상 등을 조각 해 놓은 곳인데

토굴 수 십여 개가 있으며 규모도 석굴암보다 훨씬 큰 것들이다.

몇 백 년 동안 대를 이어가며 굴을 파고 조각을 했다.

어디에서건 종교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종교이 힘인지 권력의 힘에 의한 희생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엔 불국사.

여러모로 봤을 때 경주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불국사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대웅전을 향해 올라가는(지금은 못오르지만) 돌다리(동쪽의 청운교, 백운교, 서쪽의 연화교, 칠보교)이다.

어찌그리 아름다울 수 있는지

불국사 안에 들어서니 아쉽게도 다보탑이 보수 중이어서 차양막으로 가려져있다.

불국사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다.

고등학생 때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까마득한 그런 세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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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의 마지막 점심으로 석거돈에서 맛있는 낙지삼겹볶음을 먹고 서울로 출발이다.

하룻동안 추위에 떨어서인지 운전을 하는데 눈이 슬슬 감긴다.

운전 교대해준 럽타이님 미안합니다.

즐거운 여행 고맙습니다.

모두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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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9~200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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