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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유람

(3/8) 동해바다로 떠나는 자연여행

by 함피 2008.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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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안한 고향 같은 민박집이 주문진에 있다

시골집을 통째로 빌려 가마솥 올려진 아궁이에 불도 지피고

앞마당에선 숯불에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마당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논이 한가롭게 펼쳐진 농가의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논을 갈아 엎고 있었다.

가을에 넘실대는 벼들의 파도를 이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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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을 거쳐 양양의 휴휴암으로 향한다.

온갖 번민을 내려놓고 쉬고 또 쉬어가라는 뜻이라 한다.

바닷가의 넓은 바위에 이것저것 꾸며놓고 기도를 드리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런 종류의 시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 나뒀으면 얼마나 더 예뻤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어쨌든 바닷물이 무척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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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섬이었다가 지금은 육지와 연결된 죽도암이라고 하는 작은 언덕이 그 근처에 있다.

이름과 같이 대나무가 많은 곳이다.

언덕 정상에는 죽도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이런 정자는 이상하게도 인위적 시설로 보이기 보단 자연의 일부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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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서 보면 해변과 바다가 꿈결같이 펼쳐져 있다.

죽도 해수욕장 근처에서는 바닷속에 방파제용 콘크리트 블록을 빠트리고 있었다.

크레인이 있는 넓적한 배에서 블록을 들어 바닷속에 슬쩍 떨어뜨리고

잠수부가 블록에 묶인 줄을 푸는 작업이 느릿느릿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작업하는 모습을 먼 언덕 위에서 보고 있자니

일련의 이런 작업이 있는 풍경들이 더없이 평화롭게만 보인다.

육중한 기계음과 쿵쿵대는 작업 소리도 바다와 푸른 하늘에 묻혀 푸근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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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하조대로 향한다.

하조대 옆 해안가 절벽 위 등대 근처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웠다.

절벽 위에 걸터앉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도 좋아 보인다.

동해바다를 높은 곳에서 보면 왠지 모르게 사람을 노곤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막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깨닫고

이 세상은 절대 내 위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꼬인 일에 화가 나 있어도 곧 너그러운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

여러 번 들어봤던 “자연에서 배운다”고 하는 진리다.

자연으로의 여행에서 영혼이 조금 더 맑아졌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겠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도 기쁨으로 맞이하거라!

 

 

민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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