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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유람

이 시대 마지막 주막 예천 삼강주막을 찾아..

by 함피 2008. 3. 29.

'주모~ 국밥 한 그릇 말아주소~’ 이런 장면을 티비에서 많이 봤고
뭔가 정취가 묻어 나올것 같은 주막.
왠지모르게 고향의 그것과 같은 푸근함이 마음을 따듯하게 해 줄것 같다.

“전설의 고향”에서도 길을 잃고 헤매다
주막의 불빛을 보고 찾아 들어가는 씬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그 후에 어떤 사건이 꼭 생기긴 하지만)

한 점 희망의 불빛을 찾아가듯 경북 예천에 있다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주막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일기예보에는 밤부터 비가 조금씩 온다고 하더니 아침부터 빗발이 날리고 있다.
요즘 들어 일기예보는 맞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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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다 충주에서 빠져 중앙탑에 먼저 들렀다.
통일신라시대의 탑 중 가장 규모가 큰 7층 석탑이라 한다.
그 시대 땅의 중앙에 세워져 중앙탑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고
고구려시대에 세워졌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탑 주위는 넓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호수가 옆에 있어 물을 바라보며 잔디밭을 거닐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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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남쪽으로 향하다가 상주 쯤 오자 일행 중 한 명이
“공갈못”이라는 곳이 근처에 있을 것이니 들러보자 한다.
처음 공갈못을 보았을 때 우리 모두 연못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저 물이 차 있는 논 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공갈못이라고 부르나 했더니 정식명칭은 “공검지”라고 한다.
제천 의림지, 김제 벽골제와 더불어 삼한시대 3대 저수지였다고 하는데
현재는 연못인지 논인지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그나마 상주시에서 연못을 조성하고 연꽃을 심어 옛 역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요즘엔 잊혀져 가는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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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은 좁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아 한쪽에 비닐하우스를 쳐 놓고 손님을 받는다.
힘들게 여기까지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는게 너무 미안해서 임시방편으로 만든것이라 한다.




이제 주막으로 향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막걸리 한잔 하고 있다.
앞마당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놓은 것이 좀 거슬린다.
주막엔 조그만 방이 두 개뿐이라 멀리에서 찾아왔다가 자리에 한번 앉지 못하고
그냥 발길을 돌려야하는 손님들의 원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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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주방을 쓰지는 않지만 주방 벽에 그어 놓은 선은 그 옛날 외상장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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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 차려 달라고 하면 막걸리와 안주 등이 셋트로 나온다. 가격은 12,000원 정도




우린 주막에 방이 나길 기다렸다가 기어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는 따로 없고 막걸리 한 되에 묵과 두부, 백김치전이 한 상 차려 나온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차에 주모가 할머니가 문을 열였다.
'자고 가실거유?'
'아뇨 좀 있다가 갈거에요"
'좀 있으면 가게 문닫고 내가 여기서 잘려고~'
할머니의 푸근한 인상이 보기에 좋다.
여기에서 오늘밤 묵는다면 전설의 고향처럼
뭔가 (재밌는)사건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좀 더 편한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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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마지막 주모
옛날얘기 많이 해 주셨다.
사진 찍으라고 허락 하시면서도 무척 부끄러워 하신다.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회령포 입구 마을 근처에 폐교를 이용해서 숙소로 만들어 놓은곳을 찾았다.
주로 학생 단체를 상대하는 곳인것 같다.
관리하는 사람은 퇴근 후였고 가족 손님만 한 팀 있었다.
원래 예약을 하고 와야 하는 곳이지만 전화로 하룻밤 묵고 가겠다고 했다.
아무튼 막무가네 경향이 있다.
그래도 시골은 우리의 막무가네를 융통성있게 잘 받아준다.

새가 지저귀는 상쾌한 아침이 밝았다.
비도 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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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포 전망대로 향하는 길



회령포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
마을이 아슬아슬하게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이런곳을 본적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영월에 있는 한반도 모양의 선암마을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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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이 휘감아 도는 회령포 마을, 마치 섬 같다.

 

전망대를 내려와 마을과 연결된 뿅뿅다리를 건너보았다.
구멍이 뿅뿅 뚤린 철판으로 만들어 뿅뿅다리다.
다리를 건너면서 뭐했을지는 뻔하지?
보나마나 발을 굴러 다리를 흔드는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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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퇴계 이황의 손자 이열도가 만들었다는 정자 선몽대로 향한다.
정자는 최근에 보수 한것인지 별 볼게 없었지만
강을 끼고 가지각색의 소나무가 멋지게 펼쳐져 있다.
가끔 도시락 들고 찾아오고 싶은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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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요즘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소달구지를 보았다.
아스팔트와 느릿느릿 가고 있는 달구지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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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코스인 석송령으로 향한다.
유산을 받아 세금까지 내는 독특한 소나무다.
600년이나 마을 앞을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어있어 그늘을 넓게 만들어주는 나무다.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 겪었겠지.
인심 넉넉한 시골 어르신을 보는것 같다.
항상 그곳에서 갈팡질팡이기 일쑤인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이끌어 주세요~
우린 이제 사람들이 숲을 이루는곳, 서울로 다시 돌아간다.
마음속에 그늘 넓은 나무 한그루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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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민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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