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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

<책>새로운 노래를 불러라

by 함피 2006.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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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지하철에 책 파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지하철에서 잡다한 물건을 파는 것을 보면 나는 사실 매우 반갑다.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또한 아무런 손해도 끼칠 염려도 없으며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일상의 조그마한 일탈을 맛보는 느낌이 든다. 지하철 측에서 이런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가운 느낌이 더 들지만 실은 그들의 멘트도 재미있을 뿐 더러 모든 승객의 ‘이동’이라는 목적으로써 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그마한 일탈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잘은 설명할 수 없지만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꽤 흥미롭게 그들의 멘트와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눈 여겨 보곤 한다.

파는 물건들 중에는 지금은 잘 볼 수 없지만 흘러간 팝송 CD도 있었다. 다른 것은 몇 가지 산 적은 있지만 이것은 살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팝송이나 클래식 등 음악을 꽤 많이 듣고 자란 편이고 소장한 레코드 LP – 예전엔 그저 ‘판’ 이라고 불렀다-도 꽤 있고 LP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적인 MP3도 꽤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사실 레코드 판은 원주 집 책장 속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턴테이블과 엠프, 스피커를 마련해 다시 그것들을 갖고 와 생명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바램을 갖고있다.

레코드 판을 처음 사서 바늘을 조심스레 얹어 놓을 때의 감동은 그저 MP3 파일을 더블 클릭해서 듣는 그런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바늘을 어떻게 잘 얹어 놓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꾸궁~ 하는 잡음부터, 음악의 처음부터 스스로 개입하는 그 순간과 레코드 판 특유의 띠딕 거리는 잡음들의 감동은 레코드 판 위에 떨리는 손으로 바늘을 얹어보지 않으면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책을 파는 것은 오늘 처음 보는데, 마침 책 파는 할아버지가 오기 전에 ‘무슨 책이든 읽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여간 반가운게 아니었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은 ‘스즈키 코지’의 ‘새로운 노래를 불러라’ 라고 하는 에세이 집이다. 정가 7천원이지만 단돈 천원에 팔고 있으니 지하철에서 읽기에 더 없이 좋을 것 같아 바로 책을 받아 들었다. 할아버지의 손에는 단지 예닐곱권 정도의 책 밖에 없었다.

집까지 오는 길에 몇 장을 읽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이다. 돈을 번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책 뒤에는 7천원! 이라고 씌여져 있기까지 하니 말이다. 서점에서 책을 골랐다면 두말 않고 7천원을 지불하고 책을 샀을 거였다. 오늘은 6천원과 돈으로 살 수 없는 책 속의 이야기들과 이야기들에서 받는 잔잔한 감동까지 얻은 날이니 꽤 운수 좋은 날이다.


스즈키 코지 - 새로운 노래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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