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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2002 벌초를 나녀와서

by 함피 2002. 9. 9.

내 고향은 강원도 원주다.
원주에서도 내가 태어난곳은 흥업이라고 하는 시골 동네인데
지금은 한라대학교가 생겨서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대학 근방의 거의 모든 집들이 대학부지를 내어주고
그 돈으로 학생들에게 방을 대여해주기위해
새로 집을 지었지만 우리 작은집은 예전과 크게 변한게 없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와 큰 가마솥이 차지하고 있던 부엌이
입식 주방으로 바뀌고 방이 한개 더 생겼을뿐이다.

내가 그곳에서 태어났지만 내 기억은 원주에서 부터 시작되어서
시골생활의 기억은 없다.
다만 어릴적 작은집에 놀러가면 안방엔 화롯불이란게 있어서
감자나 고무마등을 구어 먹을 수 있었고
밥을 먹을때면 큰 그릇에 밥을 많이 담아 가족들이 모여앉아
모두 같은 그릇에서 밥을 퍼 먹고 찬은 거의 직접 캐온 나물이나
근처 텃밭에서 내온것들 뿐이었다.
방에 있으면 마을사람들은 자기집 들어오듯 노크도 없이
문을 열어제끼고 불쑥불쑥 들어오곤 했는데
사실 마을 사람들이 다들 가족이나 다름 없었을것이다.

마을 중간쯤에 우물이 있어서 그 우물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했고
큰 저수지도 있어서 겨울엔 외발스케이트를 탔고
여름엔 낚시를 했다.
겨울산에선 비루포대로 눈썰매를 탔고
여름엔 토끼밥을 구하러 다녔다.
초등학교 방학때 작은집에서 지내던 그때가 가끔 그립다.
그때 정말 그곳은 시골 이었다.

벌초를 할때도 모두들 낫 하나씩 들고 하루 왠종일 걸려서 하던것을
지금은 예초기라고 하는 기계로 단 몇시간만에 일을 마친다
그리곤 별 이야기도 없이 밥을 먹곤 모두들 제 생활로 돌아간다.

예전의 시골마을을 그리워하는것이 목가적낭만주의에
빠진 한순간의 책임없는 잡념일지라도 지난날을 그리워 할 수 있는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hampi 민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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