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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단상

미얀마 - 파야의 고향 "바간"

by 함피 2004. 6. 14.

파야의 고향 "바간"

양곤에서 밤새 버스를 달려 새벽녘에 바간에 도착했다.
혼잡스러운 도시에서 한적한 작은 시골마을에 도착하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버스를 내려 근처에 숙소를 잡고 올드바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수많은 오래된 파야(파고다)들이
아예와디강 옆쪽의 평야에 넓게 퍼져있는 올드바간을 둘러보았다.
9세기경부터 미얀마의 고대수도였다고 하는데 사원과 파야를 둘러보면
예전에 누렸던 영화를 상상할 수 있다.



나는 바간에 대해 그리 많은 정보를 수집하지 못했기때문에
마차주인이 가는대로 맡겨두고 그대로 따라갔다.
여행자를 태우고 올드바간을 둘러본 많은 경험이 있을것이기때문에
어디어디를 가자고 하는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마차가 처음엔 재밌기도 하고 뭔가 운치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계속 덜컹거리면서 달리니 나중엔 좀 피곤해진다.
그래도 차를 타고 다니는것보다는 훨씬 좋다는 생각이다.
수없이 산재한 파야도 자연의 일부인 이곳에서 차는 정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덜컹거리긴 하지만 자연과 같이 호흡하며 그곳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느긋하게 둘러보는건
에어콘을 틀어논 차를 타고 붕붕대며 다니는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뭔가 좀 더 바간에 가까운, 그러니까 말하자면 마차도
바간을 이루는 자연의 일부가 되는것이다.

조금 높은 파야에 올라 주변경관을 보면 "이야~~"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풀이 우거지거나 경작지가 있는 넓은 평지에 수없이 많은 파야가 산재해 있는데
아마 이런 경관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한 파야에 올랐을때 그곳에서 놀고있는 여자아이 두명을 만났다.
작은 기념품등을 파는 자매였는데 사진을 찍으려니 제법 멋진 포즈를 잡는다.
볼에는 거의 모든 미얀마여자들이 바르는 "다나까"라고 하는 백단나무 가루를 발랐는데
다나까는 썬블록의 효과도 있고 피부를 시원하게 만들어주며 피부에도 좋다고 한다.

옆에 앉아 말을 걸어보았다.
"집은 어디니?"
"바로 요기 앞이요"
파야 밑을 보니 나뭇가지와 잎으로 지붕을 엮은 초라한 집이 보이고 앞쪽으로
기념품 가게가 보인다.
이곳에서 기념품가게를 하며 지내고 있는듯 하다.
"엄마는 어디계셔?"
"엄마는 아기랑 있어요"
동생이 한명 더 있는듯 했다.

언니는 학교가 방학이라고 말하는데 정말로 10월에 방학이 맞는건지 아니면
학교를 아예 다니지 못하고 일을 도와주고 있는건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쨋든 무척 밝은 아이들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사진을 찍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이미 친구사이가 된 그들에게
조그마한 기념품을 사고 좋은 거래의 성사?를 축하하며 정답게 악수를 나눴다.

미얀마여행을 마치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파야가 산재해 있는
바간의 아름다운 풍경도 기억에 남지만 그 꼬마들의 웃는 얼굴은 더욱 선명하게 남아있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그 꼬마들을 만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바간을 다시 찾는다면 그곳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이어서가 아니라
그 꼬마들... 티 없이 맑게 웃는 그 꼬마들 때문일것이다.

hampi 민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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