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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단상

미얀마 양곤 스케치

by 함피 2004. 6. 7.

양곤 스케치

난 사실 도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도시에 머무르다 보면 시골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도시의 재미에 어느정도 빠질 수 있어 좋다.


날씨
11월. 이제 약간은 시원한 날씨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완전 착각이었다.
양곤에 내렸을때 그 뜨겁고 무거운 -다른곳보다 확실히 무거운- 공기를 어깨위로 떠받쳐야 했다.
그것은 양은 냄비처럼 금방 식을 수 있는 뜨거움이 아니라 두꺼운 무쇠솟처럼 여간해서는 식지 않을 뜨거움이었다.



아마 누구든 미얀마에 도착하면 그들의 옷차림에 눈길이 갈것이다.
입는 방법과 무늬가 다르긴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론지"라고 하는 긴 치마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론지는 원통형의 폼이 넉넉한 치마인데 남자들과 여자들의 입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남자들은 걸으며 시간 날때마다 계속 론지를 고쳐입는 남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리에 온통 치마를 입은 사람들이 활보하고 다니는것은 분명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몇일 지나고 나면 곧 익숙해져 버린다.


꼰야
남자들이 툭 하면 론지를 고쳐입으면서 입으로는 뭔가를 씹고 있는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것은 "꼰야"라고 하는데 -인도에서는 "빤" 이라고- 구장잎에 애기 코코넛열매와 하얀가루등을 놓아
어느정도 씹다가 뻘건물이 입안에 고이면 뱉어낸다.
이 꼰야는 중독성이 있고 약간의 환각증세(물론 처음에만 그렇고 습관이 되면 그렇지 않겠지만)가 있다.
그런데 그런것보다 중요한것은 이 꼰야가 이빨을 붉고 검게 만들고 뻘건물을 뱉어내기 때문에 거리까지 더럽힌다는것이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담배와 비슷하다.
게다가 담배는 옆사람과 심지어 대기까지 오염시키잔아??



복권판매소
낮에 길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음악을 틀어 놓은 곳이 있다.
가까이 가보면 뭔가 종이들을 주욱~ 늘어 놓았는데 이것이 복권이다.
복권판매소에는 보통 아가씨 판매원이 한 두명 있고 음악을 틀아놓는데 이 복권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것인지 같은 모양의 복권을 아주많이 진열해 놓았다.
그리고 매주 바뀌거나 하지도 않는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것일까?


길거리까페
햇빛이 어느정도 누그러지는 오후가 되면 서서히 길가의 노천까페가 영업을 시작한다.
양곤은 가로수가 울창하기때문에 그늘이 지는 목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길거리까페가 있다.
보도블럭이 깔린 인도의 상당한 부분을 이런 까페가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낮은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더라도 지나치는 사람들이 답답해 하거나 보행의 방해를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위에서 아래로 사람들과 테이블을 주욱~ 볼 수 있으니까 걷는것을 더 즐겁게 해주지 않을까? 뭔가 파티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까..
이곳에서는 "라뻬예"라고 하는 밀크티를 마시거나 커피(미얀마인들은 까페 라고 부르는) 또는 맥주를 마신다.
라뻬예는 홍차에 걸죽한 연유를 섞어 마시는것인데 인도의 짜이와 비슷하다.
(라뻬예가 좀 더 걸죽하긴 하지만)
밤이 깊어가면서 선선한 날씨속에 불밝힌 길거리까페에서 많은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인도 영화관
예상외로 인도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인들이 이곳으로 이주 했다고 하는데 상업적인 마인드가 떨어지는 미얀마인에 비해 인도인은 이곳에서 장사의 수완을 보였다고 한다.
어쨋거나 인도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두개쯤 본것 같다.
역시 영화관 앞은 꼭 인도와 비슷한것 같기도 하다.


아베크족
양곤에 도착 한날 밤에 주변을 둘러보러 밖으로 나갔다.
잠깐만 나갔다 오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어두 컴컴한 길로 접어들게 되었는데 그곳 길가의 벤치마다 앉아 소곤대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데이트족들..
단체 데이트라도 나온것일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줄맞춰 늘어선 벤치에.. 줄맞춰 앉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아.. 양곤의 밤은 외로워!!



끝으로 양곤에서 함께 했었던 삔예, 매번 무제한 공짜 맥주를 제공했던 삔예의 친구 맥주집, 그리고 그의 친구들...
미얀마어를 공부하고 있었던 도니형.
그들과 함께 했었던 양곤에서의 소중한 시간들은 양곤스케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함피 민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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