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3 - [팔도유람] - 작은집이 있는 시골 '벌초를 다녀와서' (1)



벌초를 다녀와서 [2]

매년 추석 전에는 벌초를 한다.
추석때 벌초한 산소를 찾아가면 깔끔한 모습이 보기에 좋다.
세곳의 묘를 찾아가서 벌초를 한다.
들 꽃이 여기저기 예쁘게 피었다.

방방대는 엔진소리와 함께 벌초를 한다.
예전에는 각자 낫을 들고 하루종일 걸리던것을
지금은 예초기라는 기계로 하기 때문에 금방 끝낼 수 있다.

풀 냄새가 향기롭다.
이런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는 영혼을 맑게 하는것 같다.
그래서 벌초가 좋아졌다.

토요일에는 연속극을 보았었다.
애정의 조건?
한 여자가 결혼하기 전 동거사실이 탄로나서
남편에게 온갖 수모를 겪는 내용분 이다.
아직도 이런류의 스토리라니......
서울 자취집에 티비가 없는것이 이럴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벌초를 끝내고 돌아오니 오후1시가 조금 넘어섰다.
작은집에 들어서니 맛있는 만두가 끓고 있다.
난 만두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불량만두 사건이 터졌을때는 정말 광분했었다.
그렇지만 작은집에서 직접 만든 만두는 정말 맛있다.
만두  두그릇을 해치운 후 밥까지 말아서 먹어치웠다.
향기로운 풀냄새를 맡으며 적당한 운동, 그 후에 먹는 시골만두 맛은 정말 훌륭하다.

이번 추석은 캄보디아에서 보낼 것 같다.
아쉬운것이 있다면 이 맛있는 만두국을 못먹는다는것이다.
캄보디아의 만두국도 맛있어라 ~~~~~~  ^^


벌초일 : 2004. 9. 12

민병규

벌초를 다녀와서 (1)


내 고향은 강원도 원주다.
원주에서도 내가 태어난곳은 흥업이라고 하는 시골 동네인데
지금은 한라대학교가 생겨서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대학 근방의 거의 모든 집들이 대학부지를 내어주고
그 돈으로 학생들에게 방을 대여해주기위해
새로 집을 지었지만 우리 작은집은 예전과 크게 변한게 없다.
장작을 때는 아궁이와 큰 가마솥이 차지하고 있던 부엌이
입식 주방으로 바뀌고 방이 한개 더 생겼을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지만 내 기억은 원주에서 부터 시작되어서
시골생활의 기억은 없다.
다만 어릴적 작은집에 놀러가면 안방엔 화롯불이란게 있어서
감자나 고무마등을 구어 먹을 수 있었고
밥을 먹을때면 큰 그릇에 밥을 많이 담아 가족들이 모여앉아
모두 같은 그릇에서 밥을 퍼 먹고 찬은 거의 직접 캐온 나물이나
근처 텃밭에서 내온것들 뿐이었다.
방에 있으면 마을사람들은 자기집 들어오듯 노크도 없이
문을 열어제끼고 불쑥불쑥 들어오곤 했는데
사실 마을 사람들이 다들 가족이나 다름 없었을것이다.

마을 중간쯤에 우물이 있어서 그 우물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했고
큰 저수지도 있어서 겨울엔 외발스케이트를 탔고
여름엔 낚시를 했다.
겨울산에선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탔고
여름엔 토끼밥을 구하러 다녔다.
초등학교 방학때 작은집에서 지내던 그때가 가끔 그립다.
그때 정말 그곳은 시골 이었다.

벌초를 할 때 모두들 낫 하나씩 들고 하루 왠종일 걸려서 하던것을
지금은 예초기라고 하는 기계로 단 몇시간만에 일을 마친다
그리곤 별 이야기도 없이 밥을 먹곤 모두들 제 생활로 돌아간다.

예전의 시골마을을 그리워하는것이 목가적낭만주의에
빠진 한순간의 책임없는 잡념일지라도 지난날을 그리워 할 수 있는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2002. 09. 09  민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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