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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5월31일 꺼지지 않는 촛불 밤을 세워 밝히다 (2)

by 함피 2008. 6. 1.

 

23:11

경복궁 옆 삼청동길을 막고 있는 전경과 대치하며

우리들의 함성은 더욱 높아졌다.

 

경복궁 앞을 시민들이 가득 메웠다.

시위 중 일부는 효자동쪽이 뚫렸다며 그쪽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그 와중에 사과탄인지 소화기분말인지 하얀가루가 경찰측에서 뿜어져 나왔다.

눈이 따가왔다.

 

그러나 기죽지 않았다.

시위가 계속 되면서 날씨가 점점 추워졌지만

그 열기는 절대 식지 않았다.

 

23:46

예비군부대도 도착했다.

오와 열을 맞춘 예비군들은 지쳐가는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01:05

한무리의 전경들이 삼청동 반대편길에서 다가왔다.

여기저기 지친 몸을 잠시 쉬고 있던 시민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고

그들을 포위하며 물러나라고 경고 했다.

 

갑작스레 시민들에게 포위된 전경들은 꼬리를 감추듯

뒤로 발길을 돌려 물러났고

우리들은 환호 했다.

 


01:29

전경버스 앞에서 태극기가 어두운 새벽을 밝히며 펄럭였고

어디선가 애국가가 선창되었다.

모두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시민들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한차례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으며 자리를 지켰다.

주먹을 치켜들며 구호를 외쳤고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01:42

경찰은 다시 물대포를 쏘았다.

그러나 시민들이 방어할 수 있는 것이란

대형 태극기와 얇은 비닐뿐,

날아오는 물대포를 그대로 맞으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전경버스 위에 있던 한 시민은 바로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대포를 맞고

훅~ 하고 촛불이 꺼지듯 내동댕이 쳐 쓰러졌다.

 

우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지만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비폭력을 외쳤다.

 

아이는 지쳤고 아빠는 아이를 안았다.

 

02:51

시위대의 규모를 파악하러 온것인지

안국역쪽으로 향하기 위해 온것인지

검은색 경찰차가 경복궁 앞에서 다가왔다.

 

이를 본 시민들은 순식간에 경찰차를 포위했다.

흥분한 시민들은 주먹으로 차를 두드렸고

한쪽에선 비폭력을 외쳤다.

 

차에는 겁에 질린 의경 한명만이 타고 있을 뿐.

흥분한 몇몇은 차에 달려들었지만

별 사고 없이 차를 돌려보냈다.

 

비폭력은 물리적으로 아무런 힘이 없기도 하지만

우리는 자발적으로 비폭력을 외치며 스스로에게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03:10

전경버스 앞의 구호는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이 여기저기 불을 피우며 옷을 말렸다.

 

 

부모와 함께 나온 어린아이가 지쳐 불 옆에서 잠시 설잠을 잔다.

어른들도 지쳐 고개를 숙인다. 

불 옆에서 몸을 녹인 시민들은 다시 전경버스 앞으로 모이고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시민들은 잠시 불 옆으로 몸을 옮긴다.

 

그러나 단 한번도 구호와 노랫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04:10

중국집 배달부가 나타났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했다.

 

누군가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짬뽕을 시켰다.

배고픈 사람들은 누구든 먹으라고 했다.

 

십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불한 시민은

이름이 무엇인가 묻는 기자에게

그냥 한 시민일 뿐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04:37

어린아이와 함께 온 아빠는

집이 수원이라 가지도 못한다며

함께 온밤을 꼬박세웠고

아이는 지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새벽을 맞이했다.

 

누구는 쵸코파이를 사서 나누었고

누구는 우유와 빵을 사서 나누었다.

여기저기서 필요한것들을 자발적으로 사서 날랐다.

의료봉사대는 마른옷을 준비해 물대포에 젖은 시민들이 갈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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