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고보고

[영화] 비포 선라이즈

by 함피 2008. 7. 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포선셋을 보기전에 비포선라이즈를 한번 더 보고 싶었다.
나처럼 비포선라이즈를 한번 더 볼 예정이라면 글을 읽지 않는게 좋겠고
그렇지 않다면 읽어도 손해볼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도 본일이 없다면 절대 읽지 말고 구해 보기 바란다.


중년부부가 싸우는 유럽의 기차안에서 얘기는 시작된다.
시끄럽게 싸우는 부부를 피해 셀린느가 자리를 옮기는데
그 건너편 좌석엔 제시가 앉아있었다.
어쩌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지만 이런 우연이 있어야한다.
이런 우연에서 모든 얘기가 시작된다.
우연이 있고 난 후 부터는 마치 강물에 뛰어든것같이 되고 만다.
어느샌가 물위에서 강을 따라 흘러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 부부를 매개로 얘기를 트게 되어 식당칸으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더 나누게 된다.
제시는 미국인인데 몇주동안 유럽 기차여행을 다닌다.
비엔나에 가서 다음날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셀린느는 파리의 소르본느 대학생인데 부다페스트의 할머니댁에 다녀가는 길이다.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했었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한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각자 과거의 얘기라던가 흥미거리를 얘기한다.

마침내 기차는 베니스에 도착했고 남자가 내리기전에 계속 더 얘기를 하고 싶으니
하루동안 비엔나를 돌아다니자고 제안 한다.
그렇게 하루동안의 비엔나 여행이 시작된다.

트램안에서 그들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조금 더 가까워진다.
그리고 레코드 가게의 둘만의 좁은 청취실에서 마구 부풀어 오르는 서로의 감정을 느낀다.
때마침 듣고 있는 노래는 사랑노래다.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 속삭여요
사랑은 정해진 길이 있다고
이리로 와요..  이리로 와요..
난 느낄 수 있어요
당신을 이토록 원한적은 없어요
가까이 와요.. 가까이 와요..
내가 당신 곁을 떠난적이 있었나요?
이제 자존심은 잊어버려요
내게로 와요.. 내게로 와요..
난 급하지 않아요
이번엔 달아날 필요 없어요
당신의 여린마음 난 알아요
우리 사랑은 영원할 거예요


Kath Bloom - Come Here (Before Sunrise )


이제 막 서로의 호감에 둘러쌓여 있는 남녀가 둘만의 공간에서 이런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아마 누구든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고 그 마음은 가속을 더하게 될 것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셀린느가 13살 때 왔었던 공동묘지에 오게 된다.
그때 인상깊었던 13살 소녀의 무덤 앞에 선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소녀는 아직도 13살이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다.
놀이공원의 큰 회전바퀴에서 석양을 본다.
사랑스런 사람과 이런 멋진 타이밍의 순간이 되면 남자는 키스하고 싶어진다.
여자도 마찬가지일까?
그들은 키스한다.

해가 진 놀이공원을 거닐며 얘기를 나눈다.
이제는 훨씬 가까워졌다.
제시는 원하지 않는 제시를 임신하게 되어 싸움을 한 부모님 얘기를 한다.
제시는 그러니까 실수로 태어나게 된거고 그래서 제시는
항상 세상에 대해서 이방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슬프지만 자부심도 있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이 대사는 기억에 남는 대사다.
나도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태어났고 어머니가 날 임신했을 때 유산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나도 제시와 같은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구나 세상의 이방인일 뿐이라고 외치고 싶은때가 있지 않을까?

길거리 까페에서는 점쟁이 할머니가 셀린느의 손금을 봐준다.
여성의 내면의 힘과 창조성에 관심이 많으며 그런 여성이 될것이다.
인생의 파도속에 자신을 맡겨라..
그러나 제시는 점쟁이를 믿지 않는다.
단지 돈을 위해 좋은 말을 했을뿐이라 한다.

강변을 걷다가 거리의 시인을 만나 단어를 주면 시를 지어 주겠다고 한다.
단어는 밀크쉐이크.

"허망한 꿈
리무진과 속눈썹
귀여운 얼굴에서
와인잔에 흘리는 눈물
저 눈을 보라  
그대는 어떤 의미인가
달콤한 케익과 밀크쉐이크
난 꿈 속의 천사
난 환상의 축제
내 생각을 맞춰봐요
추측은 말아요
고향을 모르듯
목적지를 알지 못해요
삶에 머물며
강물에 떠가는 나뭇가지처럼
흘러가다 현재에 걸린 우리
그대는 나를, 난 그대를 이끄네
그것이 인생
그댄 날 모르는가?  아직 날 모르는가?"

제시는 지금 지은 시가 아닐꺼라한다.
예전에 지어놓고 밀크쉐이크만 갖다 붙인것일거라고.

제시가 이렇게 매사에 삐뚤어진건 사실 바로 몇일전 마드리드에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오는길이기 때문이다.

비엔나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다니며 많은 얘기를 나눈다.
사랑에 대한 얘기, 남자와 여자에 대한 끝없는 주제에 대해...

노부부는 서로가 어떤상황에서 어떤 얘기를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알기 때문에 권태를 느끼는것일까?
셀린느는 서로를 잘 아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강변의 까페에서 그들은 이밤이 지나고 난 후에 대해 얘기한다.
내일이면 서로의 생활로 돌아갈것이고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을것이라고.
전화나 주소를 교환하면 몇 번 전화하다가 시들해질테니 그런 것은 필요치 않다.
그리고 그들은 공원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사랑을 나눈다.

마침내 날이 밝고 슬픔의 이별이 가까워온다.
비엔나역에는 파리행 기차가 곧 떠나려 하고 있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하루를 같이하고 이제 영원한 이별을 앞에 두고 있다.
기차는 떠나려 하고 이대로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제시가 처음 베엔나에 같이 내리자고 말 했을때
그 얘기를 안한다면 평생 후회할것이라고 하는데
아마 마지막 헤어지면서도 다시 만날 약속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되리라 생각했으리라.

서로 어쩔줄 몰라하다가 마침내 제시가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한다.
셀린느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한다.
즉시 약속을 정해야 한다.
5년후?  너무 길다.  1년 후? 
아니 6개월 후에 이곳 비엔나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기차는 셀린느를 태우고 떠난다.
제시도 공항행 버스에 오른다.
그렇게 환상같기도 한, 불같이 타올랐던 그들의 하루동안의 로맨틱여행은 끝이난다.

그들이 거닐며 얘기를 나눴던 거리, 길거리까페는 이제 그들의 추억이 됐고
그 거리, 그 까페,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서로의 마음엔 서로가 꽉 들어차 있는채로였을테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상에 젖게 될것이다.
가끔 오늘을 그리워 하겠지만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것이고
예전의 터질것 같은 그 마음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가슴 떨리고 아마도 평생 기억하게 될만한 하루를 만드는건 멋진 일이다.
나도 이런날 하루쯤 올까.. 
이미 왔었을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