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쿨호수로 향한다.

택시를 탔다.

물론 사람들이 꽉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Shared Taxi 다.

그런데 여행자들에게 알려져 있어 가봐야겠다고 하는 포인트가 없는게 문제였다.

딱히 어느지점을 가야겠다는 계획이 없으니 그냥 우리가 보고 정하기로 했다.

다행히 비쉬켁으로 향하는 도로가 계속 호숫가 도로다.

이식쿨호수 남쪽을 따라 2시간을 넘게 달리다가

그나마 숙소와 식당이 있을것같은곳에 무작정 내려달라고 했다.

지도에 보니 Kaji say 라는곳이다.

시끌벅적한 호숫가 관광지가 없을까 했었는데 최소한 호수 남쪽에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없다.

대충 방을 잡았다.

옆방에는 비쉬켁과 시베리아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앞 파라솔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웃고 떠든다.

시베리아에서 왔다는 남자는 키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단추를 모두 풀어헤친 남방을 걸치고 맥주를 든채

웃으며 얘기하는데 입 또한 놀랍도록 크다.

그를 보면 왠지 과연 시베리아는 넓겠구나 하고 연상된다.

그 남자는 마치 어떤 영화에서나 보던 캐릭터다.

- 어디서 왔어? 묻는다

- Korea

- 평양?

- 아니아니 그건 북쪽이고 난 남쪽 서울!

- 아... 쎄울..

말이 잘 통하진 않으니 이런저런 얘기 살짝 주고 받다가 즐거운하루 보내~ 한다.

 

 

 

이식쿨 호수

이식쿨호수는 세계에서 몇번째로 크다고 하더니 과연 끝이 안보인다.

살짝 맛을 봤는데 짜다.

바다만큼 짜진 않지만 확실히 짜다.

바다만큼 크진 않지만 확실히 큰것과 마찬가지로.

흐리고 서늘한 날씨라 수영은 못하고, 철지난 한국 해수욕장의 분위기 비슷함을 느끼며 호숫가를 거닐어본다.

오른쪽으로는 끝없는 수평선,  앞으로는 넓디넓은 호수건너 살짝 높은 산이 보인다.

뒤로는 자잘한 붉은색 협곡들이 이어져있었다.

꽤 차분한 분위기의 이식쿨호수는 매우 큰 만큼, 넉넉한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별 생각없이 쉬기에는 아주 좋다!

그 얘기는 뭐 좀 썰렁하다는 말도 된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제일 짠 오징어 안주에 10도짜리 맥주를 마시며 저녁을 보낸다.

 

 

키르기즈스탄 시골마을의 한 식당

 

비쉬켁으로 돌아와선 숙소에서  일본 젊은이를 만났는데 무엇보다 배드민턴인이다!

 

꼭 서울에 와서 우리 클럽에서 한게임 치자고 기약없는 약속을 했다.

장기 여행중인 70대 일본 할아버지도 만났다.

오토바이를 타고 중앙아시아를 여행한단다.

많은 나이에 나보다 훨씬 젊은 삶을 살고있는 젊은이?를 보니 좀 부끄러워진다.

125cc 짜리 오토바이에 작은 배낭 하나 걸치고 중앙아시아의 끝이 없을것 같은 삭막한 길을 달리는걸 연상해보면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

 

내가 예전에 장기여행 다닐때 생각도 많이 난다.

무모하고 대책없고 막무가내에다가 가상한 용기를 내뿜으며 홀로 수많은 역경을 견디며 몇푼의 돈을 든채 세계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던 20대 말.

이제 그런 용기는 없다.

 

 

카자흐, 키르기즈,

이동네 장거리 버스의 단골 풍경.

 

 

 

키르기즈스탄에서 카자흐스탄 가는길은 올때와 마찬가지로 꽤 덥고 건조한 미니버스 여행이었다.

국경통과는 올때보다 훨씬 빨랐다.

국경을 넘어와보니 이미 버스가 대기중.

오랜만이야 알마티!

재밌었고 자연경관이 훌륭했던 여행이었다!

다시 돌아간다.. 일상으로!

 

 

 

카자흐스탄-키르기즈스탄 국경,

걸어서 도장 쿵쿵 받아 국경을 넘어 다시 버스에 오른다.

 

 

 

세련된 알마티 백화점

도스틱 플라자(Dostyk plaza)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고마웠어!

 

2017. 7. 2. ~ 2017. 7. 15.

 

 

 



비쉬켁은 비슈케크, 비슈켁 등 여러가지로 쓰여져 있던데

현지인들은 분명 “비쉬켁” 이라 말하니 그대로 “비쉬켁” 이라고 쓰는 게 맞을것 같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키르기즈스탄 비쉬켁으로.


알마티에서 비쉬켁 가는 길



이동네 장거리버스들은 거의 모두 벤츠의 스프린터 라고 하는 미니버스인데

버스시간표란게 따로 없어서 사람이 다 차면 그때서야 출발한다.

알마티를 출발한 버스는 서쪽의 비쉬켁을 향해 끝나지 않을것같은 길을 달린다.

왼쪽(남쪽)으로는 천산산맥이 끈질기게 이어져있고 오른쪽(북쪽)으로는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멋지고 훌륭한 풍광이지만 몇 시간을 한자리에 앉아 계속 비슷한 풍광을 보고 있으려니 아무래도 좀 지루해진다.

그야말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것과 다를바 없었다.

날은 7월 5일.

30도가 오르내리는 날씨에 사람을 가득 태운 에어콘 없는 미니버스다.

중간에 국경도 통과하고 4시간반을 달리고 달려 비쉬켁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택시 등을 외치는 사람들이 몰려와 정신이 없다.

이럴땐 일단 그 혼란법석한곳을 살짝 벗어나는 게 상책.

시내까지 300솜(5천원) 을 외치는곳을 벗어나니 바로 100솜이 되어 있기도 하지.

키르기즈스탄은 조심해야한다는 말이나 글들이 많았지만 전혀 그런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순박한 편이었다.

심지어 이곳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세속적인 자본주의에 찌들어 있었던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저녁을 먹고 시내를 좀 돌아다녀봤다.

밤이 늦었는데도 광장엔 가족 또는 친구와 놀러나온 사람들이 꽤 많다.

감각적으로 꾸며놓은 시샤바엔 잘 차려입은 세련된 젊은이들로 꽉 차 있었다.



비쉬켁 시내



다음날은 카라콜로 향한다.

카라콜 가는길은 알마티에서 비쉬켁 오는길과 별반 다르지않다.

미니버스를 타고 하염없이 달리는것이다.

카라콜까지 7시간을 달리니 훨씬 먼 길이다.

바다같은 이식쿨 호수가 오른쪽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러고도 한참을 더 달려 카라콜에 도착했다.

카라콜은 아주아주 휑한 시골마을이다.



비쉬켁에서 카라콜 간다.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하는 알틴 아라샨까지 어떻게 가느냐.

게을러터진 여행자는 차로 올라야지.

1박 조건,  왕복 6,000솜 (10만원) 이나 주면서.

차는 봉고차 처럼 생겼는데 외부나 내부 모두 왠만한 총알은 거뜬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두꺼운 철판으로 덕지덕지 덛댄 장갑차였다.

소련시절 군대용 차라고 한다.

드라이버와 보조드라이버, 막내동생이라는 20살 청년까지 태우고 출발한다.

그들은 꽤 두꺼운 옷들을 챙겼다.

내가 가진거라곤 맨발에 샌들, 반팔에 낡고 얇은 유니클로 바람막이하나 뿐인데.

중간에 소풍가듯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사길래 나도 물과 쵸코파이(오리온이 있다)  한 상자를 길다.(결국은 먹지도 않고 유르트 숙소 꼬마에게 선물로 주고 왔지만)

차는 평지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덜컹,쿵쾅대며 최고속도인 60km,로 내달린다.

그리곤 곧 비포장도로로 들어서는듯 하더니 이윽고 무시무시한 오프로드 주행이 시작됐다.

차를 타고 편안히 다녀올 생각은 버려야했다.

거의 뭐... 익스트림이다.

총 3시간 주행에 월미도 디스코팡팡을 두시간쯤 했고 그나마 견딜만한 오프로드가 한시간쯤 된것 같다.

주변경관이 좋아 디스코팡팡도 견딜만하다.

계곡을 따라 언덕으로 언덕으로 올라가더니 드디어 계곡 옆으로 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해발 2600미터의 알틴 아라샨 도착이다.

저 멀리 설산이 보이고 침엽수가 계곡을 두고 양쪽으로 언덕을 이루며 멀리멀리 이어져 있었다.

군대군데 유르트(게르) 군집이 있는데 그것들이 게스트하우스였다.

그림같은 초원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고

초원에는 작은 들꽃이 지천이었다.



장갑차 같았던.. 이걸타고 알틴 아라샨에 오른다.




진짜 쌩 오프로드



알틴 아라샨.

진짜 멋있어.



멀리 유르트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들꽃이 지천인 알틴 아라샨



오늘밤은 유목민텐트인 유르트에서 자기로 했다.

유르트에서 잠시 낮잠을 자다 눈을 떠보니 가운데 뻥뚤린곳 넘어 구름이 떠다니는게 보인다.

키르기즈스탄 국기를 유르트 가운데 뚤리고 창살이 있는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더니 역시 국기와 똑같은 모습이다.

저녁이 되니 어느샌가 뚫린부분은 닫혀져있었다.

유르트밖을 나서면 저 멀리 설산 팔랏카(텐트) 봉이 보이고 말들이 유유히 풀을 뜯는 초원이 앞 마당이니 더이상 바랄게 없다.



오른쪽 차를 타고 알틴 아라샨에 올랐다.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좀 비싼게 아닌가 했던 250솜짜리 저녁식사는 훌륭했다.

닭다리와 야채가 들어간 커리아닌 커리같은 자작한 짭쪼름한 국물에 밥, 빵과 샐러드, 챠이.

15살짜리 소녀가 분주히 오가며 준비해준다.

짠한마음을 가지는것은 거만한 잘난체인가 오만함인가 당연지사인가.

밤이 되니 확실히 추워지기 시작했다.



키르기즈스탄 국기와 똑같은 유르트 천장.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잠을 청하자니 계곡물 소리가  꽤 크다.

유르트에서 자 보는건 처음이라 한데서 자는 느낌도 들고 약간 설레인다.

다음날엔 똑같이 디스코팡팡을 하며 카라콜로 내려왔다.

올라올 때 보단 조금 덜 걸렸다.



까마귀인지 확실하진 않은데

아무튼 저녁무렵이 되면 새들이 카라콜에 몰려온다.



카라콜에 어스름한 저녁이 오면 저기~ 이식쿨 호수쪽에서 까마귀들이 몰려온다.

썰렁한 마을에 까마귀라.. 조금 을씨년스럽기도하고 뭔가 꽤 멋있기도 하다.

이제 이식쿨 호수를 거쳐 다시 비쉬켁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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