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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단상

인도, 카주라호 -뜨거운 햇빛속에 몸을 섞는 미투나

by 함피 2003.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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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8년의 첫 인도여행을 주욱~ 생각해 보았다.
카주라호에 도착 한때는 제일 덥다는 5월 초순이다.
인도의 사막지역에서 핵폭탄 실험을 하여 한동안 시끄럽던 그때이다.
몇일전에 이곳 카주라호에선 모래비가 내렸다는 믿지 못할 얘기도 돌았다.

카주라호, 뜨거운 햇빛속에 여러가지 사랑의 모습을 보는것도 즐거웠지만
난 한적한 시골마을인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난 시골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가만히 앉아 여행하는 법도 그곳에서 배웠다.
나무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을때 그들은 찾아왔다.
처음엔 미투나상과 카마수트라가 찍힌 엽서를 들고
공유된 비밀을 얘기하는듯한 웃음을 띄고 옆에와서 내밀던 엽서장사 아저씨.
그리고 또 몇몇 갖가지 장사꾼들.....
그다음엔 아기를 안아올린 아저씨가 슬금슬금 딴곳을 쳐다보며 다가와서
이것저것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꼬마.
내 앞에 자전거를 끼익! 세우더니 헬로~ 하길래
손을 들고 헬로~ 하면서 웃었더니 꼬마도 씨익~ 웃으면서 가버렸다.
끝내는 꼬리를 연실 흔들어대고 털이 듬성듬성 빠진 동내 개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그들은 찾아왔다 멀어져 갔다.

그 다음날 카주라호에서 12km 떨어져 있다는 라네 폭포에 가기로 했다.
난 처음엔 자전거를 타고 가면 금방 갈 줄 알았다.
12km쯤이야 몇십분쯤 페달을 밟으면 금방 나오는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끝없는 시골길.. 날씨는 너무나 뜨거웠고 더운 바람이 휘익~ 한번 불면
입술은 바짝바짝 타 들어갔고 입에는 끈적하고 단 침이 돌았고
목에는 먼지가 듬뿍 쌓이는것 같았다.

이건 분명 12km가 아니라 120km 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그늘에 물항아리를 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그 옆에 다가서자 나를 옆에 앉히더니 말없이 물을 따라준다.
물은 예상외로 무척 시원했다.
아마 초벌구이만 한 그 항아리가 특별히 물을 시원하게 하는것 같았다.
인도 현지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았었지만
그 후 부터 식당에서 따라주는 물도 잘 받아 마셨다.

그렇게 끝이 없을것 같던 길을 따라가다 마침내 그곳에 이르렀다.
그런데 폭포는 커녕 고여있는 물조차 말라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실망이 이만저만한게 아니었지만 그곳에 무엇이 있었던들
크게 달라질건 없었다.
어쨋든 그곳에 도착 했고 그리고 또 돌아가야할 길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앞으로도 몇달동안 그리고 또 평생 나아가야 할 길이 앞에 놓여있지 않은가.....


hampi  민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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