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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단상

아시아의 숨겨진 황금 미얀마 - 한국가스공사 기고문

by 함피 2004. 4. 9.
2004년 4월 한국가스공사 사보에 실린 글입니다...


황금의 땅으로 알려진 미얀마는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라오스, 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3배에 달하는 국토를 갖고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국가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1983년 10월에 일어난 버마 아웅산묘소 폭파사건 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는데 그것은 폐쇄적인 군부독재정치의 영향이 크다.
주요기관이나 단체, 특히 외부세계와의 연결선인 인터넷이 국가 통제를 받고 있으니 많은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되, 섬과 같이 고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은 필수요소라 할 수 있는 E-mail 사용자가 약 5천만 명의 인구중 3,500명 정도이고 국경 주변국가도 육로 접근은 어렵고, 오직 항공으로 입·출국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면이 그들만의 매력을 더 빛나게 하고 수많은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리라. 그들의 숨은 가능성을 찾아보자.

미얀마에는 넓은 국토와 국토의 중앙을 둘러싼 높은 산세 덕분에 중심 민족인 버마족 외에 각자의 고유한 언어와 풍습을 갖고 있는 샨족, 카렌족, 카친족, 친족, 몬족, 인따족 등 그밖에 여러 소수민족이 공존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가 된 19세기 후반부터 인도인, 중국인이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상업적인 마인드가 떨어지는 미얀마인에 비해 인도인은 이곳에서 장사의 수완을 보여 미얀마 경제의 중심세력이었으나, 1962년 성립된 네윈 군정의 미얀마화 정책으로 세력이 점차 약화되었다. 아직도 양곤시내에는 인도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몇몇 영화관이 있는데 언제나 영화관 주위에는 인도인들이 몰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수민족을 보기 위해서는 수려한 자연경관으로도 유명한 인레호수에 가면 된다. 해발 1,328미터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는 인레호수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운기용 모터를 단 모터보트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호수를 내달리고 있고 발을 이용해 노를 젓는 조그마한 조각배가 한가로이 호수를 오간다.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는 아주 맑고 파랗다.
이런 곳을 여행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복잡한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통 뭔가를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해질 수도 있는데 이런 곳에선 그냥 아무생각 없이 주변을 쳐다보고 있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다른 일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과거도 미래도 없이 현재의 그곳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호수 주위로 눈을 돌려보면 물 위에 지은 대나무집에서 생활하면서 물 위에서 농사를 짓고 물 위의 상점을 이용하는 등 물 위에서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인따족의 생활풍습을 엿볼 수 있다. 음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체험거리, 꼭 가보라고 권할만한 식당이 있는데 이름하여 ‘네자매식당(Four Sisters Restaurant)’. 얼마나 정감있는 이름인가! 인따족의 음식이 나오는데 한국음식과 아주 비슷하고 맛있어서 필자는 밥을 무려 3그릇이나 비웠었다. 가격이 문제일 수도 있으나 사실 이 식당에선 가격도 문제되지 않는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내고 나오면 그만이니까.

미얀마의 주 종교는 불교인데 그들에겐 종교라기보다는 생활의 일부분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전 인구의 80% 이상이 불교도이며 남자는 일생에 한 번은 머리를 깎고 승원생활을 마쳐야 비로소 성숙한 인간으로 대접받는다.
불교가 이렇게 깊고 넓게 퍼진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미얀마 왕조사를 보면 왕의 통치권이 왕실 주변에 국한되어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통치범위는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배자가 국가를 유지하고 한정된 통치범위를 확대시키기 위해 나라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던 불교의 보호 및 후원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었던 것이다.
이른 아침, 풍경을 울리는 꼬마스님을 앞세워 밤새도록 정진하고 발원한 복을 일반 신도들에게 나누어 주는 의식인 시주를 다니는 스님들의 행렬은 미얀마 전역 어디에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경건하게 보이는 이런 행렬이 있는가 하면, 사원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호기심으로 눈이 똘망똘망해진 스님들의 소박한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미얀마에 가면 분명히 수없이 많은 파야(파고다, 불탑), 그것도 온통 황금으로 덮여있는 파야들을 보고 놀랄 것이다.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도 많은 파야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미얀마의 자존심! 쉐다곤파야가 우뚝 솟아있다. ‘쉐’라는 것은 황금, ‘다곤’은 양곤의 옛 지명이니 말 그대로 ‘황금양곤탑’이다. 갖가지 보석이 잔뜩 들어있는 거대한 금탑이 100m 높이로 솟아있고 그 주위엔 여러 가지 불상들이 있다. 높고 넓은 탑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는데 얼마나 경건하게 보이는지, “아, 정말 여기는 불교의 나라구나”하고 실감할 수 있다.
파야를 말하자면, 바간이라는 곳을 빼놓을 수 없다. 미얀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한 바간은 9세기경부터 미얀마의 고대 수도였는데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아예와디강 옆쪽으로 넓게 퍼져있는 큰 규모의 사원과 곳곳에 널려있는 수없이 많은 파야를 둘러보면 예전에 누렸던 영화를 상상할 수 있다. 높은 파야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면 눈앞에 펼쳐진 파야의 숲에 분명히 “이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이방인들의 시선을 끄는 건 이국적인 파야라든가 아름다운 자연경관뿐만은 아니다. 생긴 것을 말하자면, 한국인과 크게 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얀마인들의 독특한 모습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거의 모든 여자들은 ‘다나까’라고 하는 노란 백단나무 가루를 뺨에 바르고 다닌다. 다나까는 강렬한 태양으로부터 피부도 보호해주고, 고운 피부로 가꿔준다고 하는데 특히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어린아이는 온 몸에 다나까를 바르고 다니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예쁘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노란색 가루를 뺨에 바르고 다니는 것은 처음엔 잘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얀마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그것이 무척 자연스러워 보인다.
남자들은 ‘론지’라고 하는 치마를 입고 ‘꼰야’라고 하는 구장잎을 씹으며 거리를 활보한다. 남자들이 치마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인데 틈만 나면 치마를 고쳐 입고, 급할 때면 치마를 걷어 올리고 뛰는 모습들이 무척 재미있다.
낯선 이에게도 “밍글라바”라고 인사하면 선뜻 “밍글라바”라고 답례하는 여유를 갖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은 불교의 나라답게 예의가 바르고 착해서, 미얀마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사건·사고 없는, 안전한 나라로 꼽힌다.

현재 미얀마는 군부독재정치에서 민주주의를 향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외국자본을 유입시키는 등 경제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지리상으로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물류 거점이며 아시아시장 개척과 수출상품 수송의 전략적 요충지인데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여 ‘아시아에 남아있는 마지막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가능성이 풍부한 미얀마시장을 먼저 잡기 위해 인접 국가에서는 철도, 도로, 항구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등 미얀마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머지않아 미얀마는 아시아의 용으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다.

사진,

인도, 네팔, 파키스탄, 이란, 터키, 이집트 등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유럽 등을 여행하였고,
월간 배낭여행, 소년, 레이디경향 등의 잡지에 여행기를 기고하였다.
현재 인도 배낭여행 정보 관련 개인홈페이지(www.IndiaScent.com)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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