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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단상

주어진시간 단 하루! 파리를 정복하라!

by 함피 2002. 12. 9.



유럽의 겨울은 듣던바대로 확실히 음산하고 써늘했다.
그리 춥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해도 안에서부터 으실으실 떨린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파리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바로 호텔로 들어가 얌전히 자야하는 분위기 였지만 그래도 낯선곳에 와서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잠자리에 둘순 없었다.
여행의 설레임이 마구 피워올라 방구석에 그냥 있다간 피곤한 몸에 밤을 새워가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뒤척이게 될지도 몰랐다.
호텔주변을 돌아보기로 하고 나섰다.
그러나 호텔주변은 그야말로 썰렁했다.
원래 패키지여행에서 호텔은 중심가에 정하지 않기때문에 어느정도 외곽에 있는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런곳의 호텔을 어떻게 수배 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무튼 바깥공기를 실컷 마셨으니 이제 편히 자고 내일의 일정을 기대해본다.
어쩌다 패키지 여행사의 8일짜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내일부터는 빡시게 돌아다니게 될 터였다.

새벽6시 기상! 아... 회사에서 일하는것보다도 여행이 더 고되단 말인가!!
이날 하루동안 파리의 주요관광지는 다 돌아보는 일정이다.
처음으로 간곳은 세느강변에 위치한 노틀담의 성당,
그 영화가 이 성당을 배경으로 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틀담의 곱추" 란 영화가 생각났다.
어릴 때 TV에서 본 기억이 난다.
곱추의 아름다운 아가씨에대한 눈물겨운 사랑.  종에 달려 있는 줄에 매달리며 종을 열심히 치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나서 그 종을 찾아보았지만 그런종은 없었던 것 같다.

그다음에 몽마르뜨언덕과 그위에 우뚝 자리잡은 샤크레퀴르 성당, 몽마르뜨는 레스토랑 이름으로 기억된다.
강원도 원주에는 몽마르다! 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몽마르뜨였으면 그냥 잊혀졌을 레스토랑이었을지 모르겠는데
몽마르다! 라니......
그 레스토랑 주인은 몽마르뜨 언덕을 가 보았을까?
어쨋든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초상화를 그려주는곳이라 알고 있었는데 추워서 그런지 그런 예술가들은 없었다.
샤크레퀴르성당 앞에서 참새와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비둘기는 그렇다치더라도 참새가 사람 손에까지 앉아 모이먹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멋있는 성당보다도... 유명한 몽마르뜨 보다도... 난 이런게 더 보고싶다니까....  사람 사는모습들.

그리곤 시내로 들어와서 쇼핑.... 패키지여행에서 쇼핑이 빠질리 없다.
파리시내에서 가장 좋은 것은 간판이 어지럽게 널려있지 않다는점이다.
건물마다 고풍스럽게 보이는 조각들도 눈에 띄어서 보기에 참 좋다.
개인적으로 왔다면 이 거리를 그냥 되는대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젠 우리집같은 롱디스턴스 버스에 다시 올라 에펠탑을 조망하러 이동한다.
에펠탑이 멀리보이는 광장에 내려선 얼른 사진만 찍고 오라 한다.
저녁에 있는 옵션투어에 에펠탑에 오르는 것이 있으니 아쉽지만 얼른 사진만 찍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평화라는 단어가 각국 나라의 언어로 쒸어져 있는 유리가 있었는데 한글도 보인다.
에펠탑은 예전부터 모형으로 많이 봐 와서 날씬하게 뻗어있는 모습을 생각했었는데 생각외로 뚱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모파상이라는 작가는 에펠탑 아래에서 식사를 즐겼는데 파리시내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곳은 그곳뿐이기 때문이었다나...
고풍스런 파리시내에 철제 탑이라니... 그럴만도 했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파리의 심볼처럼 되었으니 아마 모파상이 살아 있다면 꽤나 배아퍼했을 것이다.


다시 이동한곳은 개선문.
개선문에 오르면 12개의 도로가 방사선으로 뻗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지만 역시 거기까지 오를시간은 없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나폴레옹이 착공했다고 하는데
정작 나폴레옹은 개선문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죽어서 관에 누운채 통과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조각들이 문에 붙어 있다.
개선문 주위로는 12개의 도로에서 나온 차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으니 누구든 그곳을 통과하려면 꽤나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개선문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있는 지하로를 만들어 놨는데,
차가 없는 넓은 광장이나 공원에 있다면 훨씬 더 좋겠다.
차들이 자그마치 열두방향에서 모두 개선문을 향해 열심히 달려오는 모습을 상상하니 좀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비까지 슬금슬금 오기시작한다.
이제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한다.
유명한 모나리자와 비너스상과 그외 몇가지를 더 본 것 같은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이런 것들은 봐도 안봐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었고 더구나 직접 찾아가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으니 별다른 감동이 없다.
그래도 말로만 듣던, 책에서만 봐 오던 명작들을 감상하니 확실히 뿌듯한 기분이다.
 

이제 옵션투어를 할 차례이다.
옵션투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도 있으리라.
말하자면 부대찌개의 라면사리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라면사리는 가게에서 200원이면 살 수 있지만
부대찌개를 먹으면서 라면사리를 시키면 1000원이 되는것이다.
이것이 옵션이다.

에펠탑에 오르고 세느강에서 바토무슈라는 유람선을 타는것인데
에펠탑에 오를땐 엘리베이터가 수직상승 하는게 아니라 에펠탑의 휘어진 부분을 따라 사선으로 움직이는게 신기했다.
무척 춥다!!
파리의 야경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분위기를 풍긴다.

바토무슈를 타고 세느강을 오가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끝이다.
더운 여름에는 세느강변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역시 추워서 인적이라곤 없다.
영화에서 봤던 퐁네프의 다리도 지나치고,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고 있는 작은 자유의 여신상도 지나쳤다.
움직이는 것을 타고 무엇을 바라보는 것은 같이 멈추어 서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든다.
아마 금방 지나칠 것이라는것을 알기때문일것이다.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련한 향수를....... 이제 다가올 것들에 대해서는 막연한 기대를.......
내일은 새벽같이 일어나 스위스를 향해 돌진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파리를 기억할것이다.
파리의 많은 명소들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고는 해도 파리에 있었던
오늘 하루를 분명히 기억하리라

2002년 12월 9일

함피 민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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