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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행(1998~사는날)/2015.1 태국,라오스

싸롱싸롱 매싸롱

by 함피 2015. 1. 23.

매싸롱에서 밤에는 갈 데가 없다.
식당도 모두 문을 닫는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없이 게스트하우스에 딸린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영어로 shinsane.
이게 신사네지 어떻게 신쌔 게스트하우스냐고...
어쨋든. 여기 묵는다.
주인은 귀차니즘 주인.
500밧. 어? 깍아줘? 오케오케 그럼 300밧!
오터바이는 200밧이야. 어? 150? 오케오케 그렇게 해..
뭐? 계산? 아.. 헷갈리고 귀찮으니까 갈때 한꺼번에 해.
술마실래? 마셔봐. 담근거야. 좀 쎄서 물을 타먹지.
맘껏 마셔. 뭐? 많이 마신다고? 오케오케 알았어 다 줄테니까 맘대로 마셔..
이런다.


내 몰골이 측은했나?
머리는 헬멧에 눌려 떡져있고
춥다춥다 말만하다가 타똔 길거리에서 산 노란색의 중고중고 상중고 1200원짜리 잠바에(진짜 1200원이야),
무릅이 나오고 보풀이 심하게 일어난 5000원짜리 거무칙칙한 몸빼같은 바지를 입은
꾀재재하기가 이를데없는 몰골이다.
어쩌다 거울을 마주하면 깜짝 놀란다.
타이거지 탄생.


빠이에서 매홍손과 빵웅을 다녀오느라 300km이상을 달려 본 이후로 오토바이에 이력이 났다.
한손에 철가방도 들 수 있을걸?
대중교통이란게 없는 이런 작은 산동네에서 주변을 둘러보는데는 최고다.
특히나 코너를 돌면 만나게 되는 기똥찬 풍경과 구비구비산새를 감상하기엔 제격이다.
오르락 내리락 구불구불 고갯길은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산 아래로 펼쳐져있는 차밭, 언덕을 이어지며 서 있는 건물과 집들,
힘을 써가며 언덕을 오르는 자동차.
이런 모습들은 인도 다르질링을 꼭 닮아있다.
치앙마이옆 도이뿌이의 썽태우 주차장을 보고 다르질링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도이뿌이는 주차장만 닮았고 매싸롱은 전체적인 모습이 다 닮아있다.
아마 차밭이 있는 언덕 동네는 거의 비슷하겠지.


매싸롱은 태국이다. 엄연히.
중국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중국어를 쓰고, 중국어 간판에, 중국음식에, 중국식건물.
이정도면 한국에서 자는 사람 집어다 여기 던져 놓으면, 여긴 중국이구나! 하겠지?!


밤이 매우매우 깊어지면 늑대들이 출몰한다.
낮엔 힘없이 늘어져 자거나 사람들 눈치를 보며 기웃대던 마을에 사는 개들이
문득 그들의 본성을 깨닫고 서로 경쟁하듯 늑대울음소리를 내는것이다.
그러나 이내 이성을 되찾거나 잠에 빠져드는지 조용하다.


이른새벽엔 코란이 울려퍼졌다.
저 위쪽에 이슬람사원이 보이더니 거기에서 코란을 읊나보다.
그러나 이슬람국가에서처럼은 아니다.
끊임없이 주욱 이어지며 노래부르둣 읊는 게 아니고
한음절씩 끊어지는지라 새벽 침대에 누워 편안한 마음으로 듣던 코란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도 읊는 멜로디랄까 음정이랄까...는 비슷하다.
태국이면서 중국이면서 인도 다르질링과 비슷하면서 이슬람의 새벽도 있는 매싸롱.

참 잘했어. 매싸롱에 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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