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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급히 길 떠나다.

by 함피 2011. 6. 5.





급히 길 떠나는 건 내가 아니다.
나의 텐트를 사 갖고 간 어떤 사나이다.
나는 텐트를 좀 더 쉽게 치고 걷을 수 있는것으로 바꾸기 위해
며칠전 인터넷에 텐트 판매 글을 올렸다.
바로 어젯밤에 텐트를 사겠다고 연락이 왔다.
토요일인데도 일을 하고 일이 끝난 후 찾아 오겠다고 했다.
그가 집에 온 것은 새벽 1시 쯤이었다.
그는 텐트 치는 방법을 대충 배운 후
그 길로 설악산을 향해 떠났다.
그때 그는 양복 차림이었다.

혹시 침낭도 팔것이 있냐고 묻더니 없다고 하자 대충 담요를 덮고 자겠다고 한다.
아무런 캠핑 장비도 없던 그가 왜 그리 급하게 서둘러 길을 떠나야했을까?
설악산의 안락한 숙소가 아닌 익숙하지 않은 텐트를 치고 침낭도 없이 한데 잠을 자러 떠난 이유는 뭘까?
살짝 궁금하지만 나는 그런마음을 이해한다.
누구에게나 급히 떠나지 않으면 안되는 때도 있는 법이다.

내가 처음으로 인도를 향해 떠날 때, 나는 단 이틀을 기다리지 못했다.
같이 떠나자는 후배가 이틀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 이틀을 기다리지 못하고 델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후 떠나야 했다.
서둘러 떠나야했던 이유는 사실 아무것도 없다.
단지 빨리 이곳에 있는 나 자신으로부터 뜨고 싶었을 뿐이다.
그도 분명 그런 이유였을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또는 어떤것으로부터 피하는것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은 보면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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