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단상

베트남 - 오래된 필름속을 걷다.

by 함피 2005. 1. 11.


베트남의 중부에는 작은 동화같은 마을이 있다.

예전에 호이안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항구중 하나였는데 아직까지도 역사의 향기가 짙게 베어있다.

중국인이 정착하여 살던 고풍스런 목조건물앞으로 하얀 아오자이를 나부끼며 걷는 여학생들,

바쁠것 없이 지나가는 씨클로 사이를 걷다보면 마치 시대배경이 18세기인 영화속에

잠시 들어와 있는것만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몇일간 이거리를 어슬렁거렸지만 실증나지 않는 풍경들이다.

걷다가 피곤해지면 오래된 목조건물에 테이블을 놓은 멋드러진 까페에 들려

거리를 내다보면서 휴식을 취하면 된다.

그러면 영화속에서 걸어나온 까페주인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주문을 받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숙소로 돌아올땐 시끌벅적하고 활기넘치는 시장을 통과해본다.

시골의 장터는 왠지 파티에 온것 같은 설레임이 있다.

꼭 무엇을 사지 않아도, 팔지 않아도 모두 그런 설레임을 즐기는것같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를것을 내밀며 사라고 하는 아주머니는 내가 웃자 그냥 따라 웃어버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숙소 근처 식당에서 몇번 식사를 해서 안면이 있는 식당주인이 길가에 앉아 있다 나를 반긴다.

맥주를 시켰더니 자기가 산다며 몇병을 꺼내온다.

기분좋게 몇병을 나눠마시고 이번에는 내가 살테니 몇병 더 가져오라 한다.

나중엔 그의 형까지 가세하여 주거니 받거니.. 테이블에는 맥주병이 쌓였다.

여행을 꽤 다녔지만 매번 가는 도시마다 술을 사겠다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베트남이 처음이다.

술을 같이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사람들과 정서적으로 비슷한점이 꽤 많은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번 국수를 먹고 한번 맥주를 마신 인연으로 난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이곳에서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면 나는 내일 이곳을 떠나려고 했었다.

여행에서의 친구의 의미란 그리 깊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여행자가 떠나고나면 관계는 끝나 버리고 그들또한 친구였다가 떠나 버린 여행자를

늘 가슴속에 품고 있지는 않을테니까.

그러나 서로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다가 다시 볼 일도 없는데다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관계를 끝내 버릴 수 있다는 상황이 서로 진실한 마음을 만든다. 어쨋든 여행자는 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것 때문에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숙소로 돌아와 오늘의 일들을 생각해보고 내일의 할일을 계획해본다.

그리곤 결론지어 버린다.

내일의 할일은 오늘 한일과 모두 똑같음이다! 새로운 똑같음!


hampi 민병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