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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벌초

by 함피 2008. 9. 1.


추석이 가까이 왔다.
추석 이삼주 전 쯤에 벌초날이 잡힌다.
문득 벌초날은 누가 잡는것일까 궁금하다.
집에서 벌초날이 언제라고 연락이 오는데 집안의 누군가가 그렇게 결정 하겠지.
어쨋든 벌초를 하러 갔다.
증조할아버지한테 갔을때 묘지 바로 아래까지
산이 깎여있어서 깜짝 놀랐다.
길을 내느라 푸른 산이 허연 속살이 나오도록 상채기를 냈다.
내년쯤 장마를 겪고 나면 묘지의 아래쪽이 더 많이 패이게 생겼다.

두번째 할아버지한테 갔을때는 어찌나 풀이 많이 자랐는지 놀랄 지경이었다.
묘지라고 알아챌 수 없을정도 였다.
우거져 있는 풀숲속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종아리를 누군가 바늘로 꽉 찌르는것처럼 아팠다.
벌이었다.
다리를 쩔뚝거릴 정도로 아팠는데 다행이 땡벌은 아닌지라 크게 부어오르지는 않았다.
우거져 있던 풀숲이 깨끗한 묘지로 다시 태어났다.

벌초를 하고난 후에는 작은집에서 만든 맛있는 만두국을 먹는것이다.
정말 맛있다.
이번에도 두그릇 먹었다.

저녁7시에 버스를 탔는데 11:20에 서울에 도착했다.
원래는 8:30에 도착하는것이 정상이다.
모두들 벌초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겠지.

이번에 서울과 원주를 오가며 좀 남아 있던 펄벅의 대지를 모두 읽었다.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모두 읽고 난 후
한동안 왕룽 생각을 했다.
땅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노쇠한 왕룽이 죽고 난 후
아들들은 분명 땅을 팔았을것이고
그 나름의 가치를 다른곳에서 찾게 되겠지.
왕룽이 땅을 생각하는것처럼.
그들도 다른 무엇인가를 소중히 생각하기를 바라고
그 소중한것이 정말로 가치있는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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