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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가기841

목소리 뭐 다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살아온 길과 또 현재의 삶을 대충 미루어 예상할 수 있다. 대화에 있어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밖에 안된다. 고 생각한다. 그 외에 70%는 감정의 표출과 목소리, 그리고 풍겨지는 느낌과 기(氣) 이런것들이다. 라고 생각한다. 서로 잘 이해하는 편한 상대와는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많은 얘기를 나눈것같을 때가 있다. 그렇게 보면 텔레파시라는게 대단히 어려운것이라던가 단지 공상만은 아닌것 같다. 2012. 5. 8.
여행의 단편 사진은 한국에 처음 온 게스트들이 방값을 계산하는 모습이다. 모든 것이 낯선 외국 여행자들에게 처음 보는 돈으로 셈을 하고 각자 내야 할 돈을 계산하는 일은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선 돈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이것이 만원짜리, 이것이 천원짜리 하며 처음 보는 종이딱지를 익힌다. 그리고는 각자 얼마를 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다. “처음에 내가 예약금 10%를 계산했으니 그것을 빼야 해. 버스비는 너가 냈으니 그것도 계산해야해. 그런데 아까 아이스크림값은 네가 냈으니 그것도 계산하고!” 뭐 대략 이런식으로 모든 경비를 공평하게 각자 분담한다. 유명 관광지를 가보고 사진을 찍고 색다른 음식을 먹어보는 등 여러 여행의 모습에 있어서 이런 사소한,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여행자들의 모습들이 함께.. 2012. 5. 6.
사랑해, 이름모를 풀들아! 바야흐로 봄이 깊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앞마당에는 이름모를 풀들이 여기저기 솟아 오른다. 집 안에는 조그마한 화분들이 꽃을 피우는데 그 중 몇개가 시들었다. 그러면 마당에서 이름모를 풀들을 옮겨 심는다. 꽃집에서 산 꽃도 예쁘지만 마당에서 돋는 풀들도 꽤 예쁘고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를 집안에 살짝 옮겨 놓은듯한 느낌이 들어 좋다. 아주 조그마한 아이들을 심어 놓으면 쑥쑥 자라는걸 보는것도 꽤 흥미롭다. 사랑한다 이름모를 풀들아! 아주 작은것을 옮겨 심었는데 몇일 사이에 키가 쑥 커버렸다. 단 두줄기에서 가운데에 새끼가 피어나고 있다. 아주 여리고 너무 예쁘다. 2012. 4. 27.
종교는 없지만 어쨋든 축하해! 페사흐 페사흐는 기원전13세기 경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다가 모세를 선두로 이집트로부터 떠난것에서 유래한 축제일이다. 역사와 유래를 말하자면 꽤 길어진다. 히브리어로 페사흐. 우리나라 말로는 유월절, 영어로는 Passover. 즉 지나치다 라는 의미다. 무엇을 지나치느냐.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의 탈출을 막자 신은 이집트에 10가지의 재앙을 내렸고 그 중 하나가 모든 집안의 맏아들이 죽을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스라엘인들은 어린양의 피를 대문에 뿌려 그 집은 맏아들이 무사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명절을 왜 게스트하우스에서 치렀는가 하면 이스라엘에서 온 교환학생 타미와 하다스가 있기 때문이며 그들의 가족이 잠시 그들을 보러 왔기 때문이다. 온갖 이스라엘 음식을 준비하고 그중 가장 중요한 음식 .. 2012. 4. 25.
김치 만들기 대소동 홍대 교환학생으로 이스라엘에서 온 타미와 하다스가 김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여 일을 벌렸어. 정식으로 만들기는 어려우니까 뭐 그냥 겉절이 정도로 만들어 보기로 했지. 무를 썰고 파도 썰고 양념을 준비했어. 그러면서도 한잔씩 하는건 빠뜨릴 수 없지. 오호 대충 이렇게 준비한 후 고춧가루와 멸치액젓을 넣고 버무리는거야. 오우! 때깔이 그럴듯 해. 그런데 타미가 어디서 봤는지 김치를 묻어야만 한대. 묻어보는게 소원이라고까지 해! 좋다. 작은 옹기를 꺼내왔어. 그리고 지금은 비어있는 큰 화분을 파기 시작했어. 만만치 않아. 드디어 묻었어! 소원성치! 자 모두들 수고 했어요! 김치 만들기 소동은 그렇게 잼나게 끝났어!!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 2012. 4. 19.
내가 사랑하는 여행자들 스코틀랜드에서 자전거를 싣고 와 어디든 자전거로 다니는 앤디. 며칠 묵은 후 어딘지도 정하지 않은 채 지도 한장만을 의지해 남쪽을 향해 서서히 내려 가겠다고 한다. 자전거 여행이 쉽지 않을텐데 모든 어려움을 딛고 묵묵히 나아가는 그가 멋지다. 예전 여행때는 영국에서 이란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온 여행자가 있었는가 하면 터키에서 자전거로 아시아 횡단하는 일본인을 만나기도 했다. 참 여러가지 방법과 각자의 개성대로 삶을 살고 여행을 하는구나 하고 새삼 느껴본다. 모든 여행자들!! 화이팅이다!! 2012. 3. 5.
길고양이인지 집고양이인지... 이 길고양이의 이름은 "조폭이"다. 가오잡으며 걸어오는 폼을 보면 영락없이 조폭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여줬다. 조폭이는 그리 예쁜 얼굴도 아니고 털도 지저분하지만 애교가 꽤 있어서 얼굴을 내 다리에 비비거나 몸을 밀착시키며 친한척하고 몸을 뒤집어 버둥대곤 한다. 조폭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나랑 가깝게 지냈던건 아니다. 처음엔 여느 길고양이처럼 도망가기 바뻤다. 매일 사료를 주고 눈을 마주치고 깜빡이는 등 그렇게 2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니 조폭이가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내게로 다가왔다. 진짜 마음의 문을 연것일까? 글쎄... 신기하게도 길거리에서 나를 마주치면 아는척도 안한다. 나인지 모르는것 같다. 아마 조폭이에겐 (나) 이거나 (그 누구) 이거나가 중요한 게 아닌것 같다. 단지 우리집(익숙한 공간).. 2012. 3. 3.
얼마나 서둘렀으면... 얼마나 서둘렀으면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갔을까. 참 별일도 다 일어나지. 짝짝이로 신고 간 그 친구도 참 어이없어 했을거다. 근데 하필이면 내나이키!! 신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서양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벗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린다. 운동화든 구두든 끈이 있는 신발은 꽉 묶어 신는데 그것을 푸는데 시간이 꽤 걸리고 또 신을 땐 다시 꼼꼼히 묶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끈이 없는 신발을 신고 벗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아무래도 서양에는 우리나라처럼 신발을 신고 벗어야 하는곳이 많지 않아서 익숙하지가 않아 그런것일게다. 시간 좀 걸리는 게 별 문제는 아니지만 현관을 열어 문을 잡고 기다린다거나 할 땐 서로 조금 민망할 때가 있다. 뭐 그건 그렇고. 짝짝이 운동화를 신고 간 그분! 이제 급하더라도 신발은 잘 보.. 2012. 3. 1.
긴급의료상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긴급 의료상황이 발생한적이 몇번있다. 생전 멀리서만 보던 구급차를 세번이나 타봤고 게스트를 위해 병원에 동행한것으로 치자면 기십번은 될것이다. 한번은 미국남자가 머리가 너무 아파 곧 죽을것 같다며 구급차를 볼러달라고 했다. 구급차는 5분만에 도착했고 길도 막히지 않아 병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급차가 왜 싸이렌을 울리지 않고 가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니 웃기기도 하고 과연 구급차에 타고 간다 하면 당연 싸이렌을 울리면서 가는게 뭔가 더 긴급해 보이기도 할것 같긴한데 도로에 차가 막히지 않으니 구태여 사이렌을 울릴필요는 없어보여 그렇게 말해주었는데 나중에 모든것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싸이렌을 울리지 않은 불만을 얘기하고 있으니 확실히 머리가 아파 응급.. 2012. 1. 28.
2011. 12. 01. 아직도 별일없이 산다. 바람불고 날씨가 추워지더니 그 많던 감나무 잎이 단 몇시간만에 다 떨어져버렸다. 갑자기 겨울이 와 버린것 같다. 지난 11월 17일에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주변 공원에 마침 배드민턴장이 있어 클럽에 들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세네시간 정도 배드민턴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A급 실력을 갖춘 클럽 사람들처럼 되려면 최소 1년 정도는 걸릴것같다. 지난주에는 클럽 자체 경기를 치르며 음식을 해 먹고 잔치 분위기를 한껏 냈다. 그렇게 배드민턴 클럽에 적응해 간다. 아. 어느새 12월. 2011. 12. 1.
2011. 11. 11. 별일없이 산다 홍콩에서 온 2명이 어제 먼저 체크인 했고 3명이 오늘 체크인 하는데 먼저 온 친구들과 계산이 얼키고 설켜있는지라 계산기를 갖고 한참을 계산한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여행하던 때가 생각난다. 어쩌다 일행이 된 친구 또는 어쩌다 같이 밥을 먹게 된 여행자들과 1루피까지 계산하던 여행시절. 1루피가 얼마냐면 23원이다. 내가 나이가 먹고 있다는거지. 추억을 먹고 산다. ++++ 요 며칠 태국에서 온 게스트들이 많다. 보통 그렇듯 K-pop 매니아다. 나는 그들에게 새로운 아이돌의 이름이나 뒷얘기등을 듣는다. 본인 집들은 모두 물에 잠겨있다고 하는데 즐겁게 여행하는걸 보면 꽤 낙천적인 사람들이다. 2004년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푸켓을 몇 달 후 여행한적이 있는데 폭삭 내려앉은 자신의 집이나 가게를 조롱하.. 2011. 11. 13.
고양이야 놀자 항상 우리집에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을 보고 궁금한게 한가지 있었다. 과연 집고양이처럼 길고양이도 가짜 쥐를 갖고 놀 수 있을까? 그래서 실험을 해봤다. 실험 대상은 길고양이지만 나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익숙한 길고양이. 가짜쥐를 눈앞에 대고 왔다갔다 희롱하고 머리 위에서도 왔다갔다 놀려댔더니 휘릭~~! 반응이 있다. 그런데 집고양이는 확실히 [놀이]로서의 반응인것에 반해 길고양이는 [공격]한다. 발을 내뻗어 잡으려고하는 비슷한 동작이지만 확실히 놀이로서의 여흥이나 여유가 들어가있지 않은 공격!! 이었다. 그 차이가 재밌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슬프기도 했다. 길고양이의 삶도 참 녹녹치 않구나! 2011. 10. 24.
빨강우산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 곳에서 껄껄껄 웃던,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앉아 마시자 그랬지... 이곳은 목로주점이 아닌 나와 여러 친구들의 단골술집 빨강우산 포차! 어느새 홍대의 명물이 되었다! 빨강우산에서 마시다 보면 단골 친구들 하나 둘 들어와 어느새 단체모임이 되버리고 빨강우산에서 마시다 보면 옆자리와도 금방 친구가 되 버린다. 외로운 밤을 늘 달래주는 빨강우산! 계속 번창 하세요~~!!!! 2011. 10. 6.
추억의 북성해장국 북성해장국이 먹고 싶은데 없어졌다는 글을 보고 어떤 블로거께서 댓글을 남겨주셨다. 없어진줄 알았던 아현동의 북성해장국집은 바로 아랫길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식당의 규모가 예전보다 두배는 커졌다. 맛은 똑같다. 북성해장국 특유의 얇게 썰려진 뼈다귀, 칼칼한 고추, 푸짐하게 퍼 주시는 밥, 한접시 듬뿍 주시는 선지. 오랫만에 해장국 맛을 보며 예전 기억을 함께 씹는다. 2011. 10. 5.
산정호수 철지난 유원지의 썰렁한 모습은 사람을 쓸쓸하게 만든다. 웃음과 환호가 있었을 회전목마와 바이킹과 범퍼카 등은 다시는 움직이지 못할 고철로 변해버린것만 같다. 그래도 호수는 그대로였고 산을 둘러싼 언덕은 푸르렀다. 산정호수 옆 네파에서 운영하는 캠핑락 캠핑장 네파 텐트들이 여럿 쳐져있다. 2011. 10. 5.
고양이에게도 가을! 우리집에 가끔 와 먹을것을 당당히 얻어먹고 의젓하게 물러나는 고양이가 몇마리 있다. 그중 한마리가 와서 나를 보더니 처량하게 야옹! 하고 운다. 살살 다가가 쓰다듬어주니 집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나에게 몸을 맡긴다. 그러더니 벌렁 드러누워 애교를 피운다. 다가가면 도망가기 바쁘던 고양이가 왠일일까? 오늘은 누군가가 그리웠던것일까? 마당에서 밥을 먹을라치면 어느샌가 옆으로 와 애교를 피우는 길고양이. 길 고양이도 가을을 타는가보다. 가을바람 살살 부는 가을다운 가을 날씨였다. 나른하고 평온한 가을의 토요일이다. 2011. 9. 24.
우거지 얼큰탕 10년 전부터 내가 사랑하는 밥집이 인사동 옆에 있다. 단돈 1500원에 우거지얼큰탕을 먹을 수 있는곳. 혼자 가더라도 스스럼없이 다른이와 합석을 해서 식사를 한다. 가난한 시절에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곳이다. 지금까지도 가난을 벗어난 상태는 아니지만 무덤같은 지하 월셋방에서 자취를 하던 그 때 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우거지 얼큰탕 가격은 이제 조금 올라 2000원이 되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맛, 똑같은 분위기, 똑같은 아줌마들. 마치 손님들도 똑같은 사람들인것 같다. 가끔 우거지 얼큰탕을 먹고 회상에 젖어 주위를 서성여본다. 가을이다. 저렴한 입맛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아주 맛있다. 허름한 모습에 역사가 흐른다. 주변은 모든것들이 예전 그대로다. 마치 10년, 20년 전의 .. 2011. 9. 24.
해장국 먹고싶다 예전 아현동 자취방 앞에 북성해장국집이 있었다. 북성해장국은 뼈를 우려낸 시래기 국물에 북성 특유의 다져서 삭힌 고추가 나오는데 칼칼한 그 맛이 일품이다. 그 북성 해장국이 너무 먹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그 해장국을 먹을 수 없다. 아현동이 재개발이 되면서 모든 건물, 마을, 골목길, 허름한 해장국집, 야채가게, 목욕탕이 모두 없어졌다. 마을이 없어지고 뻣뻣한 아파트가 들어설것이다. 골목길 대신 잘 정돈되고 넓은 아스팔트 길이 생길것이다. 다정함은 없어지고 냉랭함이 남는다. 이런 제길.. 해장국 생각하다가 재개발의 폐해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어찌됐건 오늘 해장은 어디서 할지가 고민. 홍대는 마땅한 해장국집이 없다. 2011. 9. 19.
홍콩 스튜어디스 홍콩 영화에 유난히 스튜어디스 나오는 영화가 많다고 생각했던적이 있다. 중경삼림을 비롯하여 ... (그 외는 생각이 안나지만 어쨋든) 그런데 정말로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홍콩에서 왔던 여자사람 중 꽤 예쁘다고 생각했던 여자들은 거의 모두 다 스튜어디스가 되어있다. 홍콩에선 예쁜 여자사람은 스튜어디스가 되기 쉬운가보다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언젠가 비행기 내에서 그들을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혹시 아는가 비행기모형 장난감이라도 줄지! 2011. 9. 5.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아주 오래된 친구 영심과 은주를 만났다. 7년만인가? 오랜만에 만났지만 그 예전의 기억을 살려 편한 만남이 되었던것 같다. 한때는 꽤 자주 어울렸지만 오랬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는 어떤 얘기를 할까? 대부분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같이 만났던 친구들의 안부를 묻거나 그 예전의 추억을 끄집어 내는것이다. 그동안에 서로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그런것들은 차차 알게 되겠고 일단 화제는 예전 일들이다. 예전의 공통된 추억을 같이 얘기함으로써 한때 꽤 친한 사이었음을 확인하고 서로 안도한다. 그래. 너는 나의 친구고 나는 너의 친구다.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이제 시간 이라는것에 어느정도는 의연한 자세를 갖게되지 않았는가. 2011. 9. 5.
어느새 9월 유난히 비가 많았던 여름이 물러나고 있다. 아직까진 늦더위가 있지만 가을바람을 멈출 수는 없다. 이번 여름엔 게스트하우스에 장기체류 게스트가 많았다. 체크인 체크아웃도 신경 안쓰고 청소도 신경 안쓰니 편한면도 있지만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가 자칫 이상해질 수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게스트가 체크아웃 후 2달정도 머물렀던 방을 보는것은 심적으로 좀 고통이다. 방 상태를 말하자면 그 누구라도 성공적으로 경악시킬만한 수준이다. 청소를 할라치면 금방 해치우는것이지만 그것을 보는것이 조금 공포스러울 뿐이다. 아무튼 늘 그렇듯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나뭇잎이 마당에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다. 늘 그런것이지만 계절의 변화는 어느정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마력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계.. 2011. 9. 4.
외국인들의 아이돌 사랑 티비에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면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몇 년 전만에도 한류, 아이돌, K-pop 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확실히 나는 서태지 세대라고 얘기할 수는 있어도 아이돌 세대는 아니니까. 그런데 3년 전 후배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순전히 우리나라의 아이돌 때문에 한국에 온 여행객들을 보았다. 한류를 찾아 오는 여행객들이 꽤 많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것이다. 내가 처음 여행 할 때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차도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한국인을 보면 곤니찌와~로 인사하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많은 외국인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고 거기엔 분명 한류도 한몫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에도.. 2011. 9. 2.
킹스스피치 /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근래에 두 편의 영화를 봤다. 킹스 스피치 그리고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우연찮게 역사적 배경이 묘하게 연결 되는 영화다. 킹스스피치는 2차세계대전이 시작되는 시점이고 줄무늬 파자마는 2차세계대전중의 이야기다. 킹스 스피치=== 이렇다할 신분이 없는 평민과 국왕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왕의 말더듬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민망해하며 고개를 슬쩍 돌리는것도 재미있다. 말을 더듬거릴때 오는 특유의 긴장감이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폭력도 없고 섹스도 없고 극한 슬픔과 기쁨도 없어 날카롭진 않지만 뭉툭한 무엇인가가 가슴에 남는 영화. 나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인 중 한명이 언어치료사여서 흥미가 좀 더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2011. 8. 16.
사물의 안타까움성 다른 많은것들도 마찬가지지만 모름지기 영화와 소설은 재미 있어야 한다. 속깊은 뜻이 있거나 어느시대의 통렬한 비판이거나 뭐든 어쨋든 재미가 제일의 미덕이다. 영화를 보며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지루함을 느낀다거나 소설의 책장이 자기도 모르게 샥샥 넘어가지 않는다면 작품성이고 뭐고 그건 실패작이다. 그런의미에서 봤을 때 이번에 고른 소설중 하나인 "사물의 안타까움성"은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소설중에서 마음에 드는 소설 하나 찝어 내는건 결코 쉽지 않아서 책 선택은 언제나 큰 부담이 된다. 검증된 책을 읽어도 좋으나 그런 책들은 내 취향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경우가 많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연찮게 재밌는 책을 골라 읽게 되면 기분이 무척 좋다. 남은 두권의 소설도 재미있기를!! 2011. 8. 14.
변해가는 홍대 마을 우리집 근처로는 다가구 주택과 단독주택이 늘어서 있다. 이 동네는 원래 이런 다가구 주택과 단독주택이 섞여 있는 오손도손한 마을이었다. 서로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주택가 마을. 그런데 위치가 홍대 앞이다보니 집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점진적 재개발이다. 전세, 월세도 점점 올라 우리 게스트하우스도 직격탄을 맞았다. 얼마전 집 앞 다가구 주택을 개조하여 식당과 미용실, 옷가게 등이 생기면서 이런저런 분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변 다가구에서는 월세를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상가가 생기는것을 시샘했고 수틀리는 게 있으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어떻든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텐데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것 같다. 어르신들의 한번 뒤틀린 마음은 쉽게 화해되지 않는다. 예전에도 대화가 많은것은 아니었지만 .. 2011. 8. 4.
나를 누르는 자갈 꿈일까 꿈이 아닐까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이런생각을 했다. 너무도 생생해서 눈을 뜨고 있는것인지 감고 자고 있는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제라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인데가 있어서 꿈일 수 밖에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한강을 건너고 연속해서 작은 이름모를 강을 건너는데 그곳은 이미 강이 아니라 흰 자갈밭일 뿐 강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물이 없어진 강의 모습은 한편으론 아름답고 한편으론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공포스러운 감정이 밀려왔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말라버려 자갈밭이 된 강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남았다. 꿈해몽을 봤더니 자금이 바닥나 사업에 어려움이 있을거란다. 조금 불안했다. 그리고 몇시간 후 전화가 왔다. 많은것을 바꿔놓는 전화. 집세.. 2011. 8. 3.
열정 열정이라는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열정없이 인간은 생존 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든 산 사람을 보면 그 열정을 이해해야 한다. 다만 그 열정의 표출에 있어서 경험에 의한 표출의 방법에 차이가 있다. 열정에 대한 표출이 즉흥적이었던 그 옛날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열정이라기보다 객기일 때가 많았다. 열정을 풀어 얘기하자면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인데 예전 한 때 열정이라고 하는것은 "열렬" 그 자체였다. 진정한 애정이 무엇인지, 열중하는 마음을 다잡아 어떻게 표출해야하는지 도대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열렬함 그 자체로 황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애정과 마음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많은것을 겪고 이해한 다음의 열정은 열렬함을 함부로 내비치지 않는 반면 얼마나 충실란 열정인지 그 깊이로 보자.. 2011. 8. 2.
오래 걸렸다. 5권의 책. 지난번에 샀던 책들은 거의 실패라고 생각된다. 괜찮았던 순서대로 나열 해보면 이탈리아 구두. 생사불명 야샤르. 팔파사 카페. 베아트리스와 버질. 고양이 숲에서 길을 묻다. 이런 순서다. 이탈리아 구두는 매우 재미있었고 묵직한 울림을 남겨주었다. 그래서 바로 다음 책을 시작하지 못하고 어느정도 파장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했다. 그 외의 책들은 그저 그랬다. 20%의 성공. 이번에는 동유럽의 소설들로 골랐다. 사물의 안타까움성. 8요일. 개를 위한 스테이크. 이렇게 3권이다. 재미있는 소설들이길 바란다. 2011. 7. 30.
고양이의 난투 아침, 뒷마당에서 고양이들의 난투가 있었다. 고양이들의 싸움은 사실 후다닥 끝나 버리지만 싸우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길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몇십분을 울어대는데 그 울음소리는 물론 귀여운 '야옹' 이 아니라 날카롭고 표독스러운 '이야아아아앙' 이다. 아마 반경 100미터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잠에서 깨어났을것이다. 내 방 옆 뒷마당에서 몇십분을 그렇게 울어댄다. 보통의 경우는 그렇게 울어대다가 한마리가 슬며시 자리를 뜨며 상황이 끝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끝내지 않고 결국 난투 상황까지 갔다. 쿵쾅대며 주변의 물건들이 떨어지고 퀘애액!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후다닥 하는 소리들이 몇번 들리고 난투상황은 끝났다. 십분 후 현관에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나 밥을 달라고 한다. 이 지역의 제왕이 된걸까? 의기.. 2011. 7. 28.
게스트하우스에 비 오늘도 비가 오네. 아침에 일어나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어 놓고 빗소리를 들었어. 빗소리가 너무 좋아. 아까는 홍대에 다녀왔는데 그 몇 분 동안 바지가 다 젖었어. 긴바지가 아니라 반바지가 말야. 비 정말 많이 오더군. 신기한것도 봤어. 맨홀에서 빗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거야. 아마 오후에는 더많은 물이 뿜어져 나올꺼야. 역류지. 비 때문에 어느곳에선 피해를 입긴하지만 그런것이 없다면 계속해서 내려도 좋을것 같아. 현관에 향을 피웠어. 인도 향. 은은하게 인도가 거실에 들어오네. 인도는 늘 그리워. 갑자기 인도타령이라니...... 비 때문이야. 비가오면 능소화가 많이 떨어져서 마음이 아파. 그렇잖아도 많이 떨어지는 꽃인데 비가 오면 더욱 더 많이 떨어져. 역류야. 오후에는 물이 철철 넘칠거같아. 2011.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