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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여행(1998~사는날)/1998 아시아횡단

인도(3) 9905

by 함피 2008. 7. 26.


2008/07/09 - [여행기와 사진/여행기] - 인도(2) 9905



1999. 5. 16.  일  Mysore


오전에 Chamundi Hill 다녀왔고 오후엔 Devaraja Market을 구경했다

오래간만에 Internet을 했는데 집에 전화 하라는 메일이 와있어 무슨일이 있는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봤더니 연락이 없어 걱정되었단다.

비싼 전화는 자주 못해도 옆서는 자주 보내야겠다.

오후 7시가 되자 과연 궁전의 둘레를 따라 설치해 놓은 수천개의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음....  정말 멋있다.

마이소르에서의 기쁨 또 하나는 탈리가 맛있다는 것이다.

특히 탈리를 좋아하는데다 깨끗하고 큰 탈리 전문식당에서 먹는

탈리맛은 정말 기가막히다.



1999. 5. 17.  월  Mysore - Ernakulam


다음 행선지는 에르나꿀람을 경유해서 코치로 가는 것이다.

21시 15분발 버스를 예약하고 12시에 게스트하우스 check out 하고

주변을 산책하거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버스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인도에서 좋은 것은 시간보내기가 좋다는 것이다.

항상 길거리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먹을거리, 볼거리들이 있어

지루한 시간보내기도 금방 때울 수가 있는 것이다.

21시15분 출발인 버스는 2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1999. 5. 18.  화  Ernakulam - Kochi


밤새 버스는 달려 오전 10시쯤 에르나꿀람에 도착했다.

녹색 융단의 땅 께랄라(Kerala)주에 도착한 것이다.

바로 Fort Kochi 지역으로 이동 하기위해 배타는곳(Jetty)로 향했는데

생각보다 멀고 길을 헤매게 되어 오래도록 걸어야 했다.

차가 아주 많아 길 걷기가 유쾌하지 않다.

배를 타고 Kochi로 향했다.

에르나꿀람의 도심지와는 달리 한적한 곳에 오니 한결 기분이 낳아지는 느낌이다.

중국식 어망 (Chinese Fishing Net)이 보이고 아라비아해가 출렁이고 있다.

해변에서 가까운곳에 Chiramel Residency (Heritage Inn) G.H.를 잡아 묵기로했다.

우선 바닷가를 거닐며 바닷바람을 쐬고 중국식어망을 올리는 사람들이

오라고 손짓해 가봤더니 거대한 어망에 비해 고기는 그리 많이 잡히지는 않는다.

나도 어망 올리는 작업을 조금 해보려고 했지만 생각외로 작업이 거칠고

힘과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라 뒤에서 지켜보다가 고기가 얼마나 잡혔나

세어 보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한쪽 옆에는 싱싱한 생선을 많이 파는데 한국말을 하는 아저씨도 있다.

하나, 둘, 셋,  여기서 사서 저기서 먹어!

생선를 사서 가까운 공터앞 식당에 가져다 주면 약간의 요리비를 받고

요리 해주는 시스템이다.

저녁식사로 큰 생선을 사서 먹었다.

내가 묵고있는 게스트 하우스는 1층은 주인집이고 2층은 손님을 위한

방과 넓은 거실이 있는데 거실엔 그집 아들과 딸이 예전에 갖고 놀았을

장난감들과 인형들이 많은데 예쁜 한복을 입은 한국 인형도 있다.

여름철이라 손님이 없어 그 넓은 거실과 방을 나혼자 쓸 수 있는데다

좌변기와 깨끗한 욕조가 딸린 넓은 더블룸이 100Rs. 로

그리 비싸지 않아 지내기엔 정말 좋다.

여행기간 동안 정말 좋고 싼 숙소로 기억된다.

내가 비수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여름에 남인도는 덥다고 생각하지만 서쪽은 덥지도 않고 여행객이 없어

상대적으로 싼데다 한적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맥주 한잔 않할 수 없다.



1999. 5. 19.  수  Fort Kochi


아침식사후 잠이들었다가 깨어보니 비가오고 있다.

몬순이 시작 되려나보다..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잡지를 뒤적이며 시간을 보낸다...

주인집의 하인은 2층에서 놋쇠 와인잔과 그릇들을 광택제로 윤이나게

하나하나 정성들여 닦거나 쪼그리고 앉아 TV를 보고 앉아있다가도

빠앙~ 하는 주인집 여자의 차소리가 들리면 어느새 차고로 나가 차고문을

열어준다.

내가 외출했다가 돌아올때도 잠긴 현관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한다.

그와 얘기좀 하고 싶었지만 그는 영어를 못하는 듯 하다.



1999. 5. 20.  목  Fort Kochi


오늘도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넓은 거실에 앉아 MTV를 본다.

Tony Braxton 의 Unbreak my heart을 듣는다.

창밖으로 비가 내린다. 그런데도 새들이 지저귄다.

넓은 거실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비가 조금 그쳐 Dutch Palace에 가 보았다.

말만 궁전이지 그냥 조금 큰 집에 박물관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는데 벽화는 괜찬았다.

오래도록 걸어 돌아왔다.

 

1999. 5. 21.  금  Fort Kochi


포르투칼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St. Francis 성당에 가 보았다.

묵고있는 숙소와 공터를 마주하고 있어서 언제나 길을 나설때면

보이던 성당이다.

포르투칼 출신의 Vasco da Gama가 이성당의 마당에 임시로 묻혔다가

나중에 고국으로 옮겨졌다 한다.

매일 아라비아해를 보면서 산책을 한다.

내일은 수로유람(Backwater Trip)을 위해 알라뿌자로 향한다.



1999. 5. 22.  토  FortKochi - Ernakulam - Alapuzha


올땐 배를타고 왔지만 나갈땐 버스를 타고 에르나꿀람으로 향했다.

버스를 갈아타고 히프와 허리가 아프다고 느낄때쯤 알라뿌자에 도착했다.

ATDC에서 월요일에 Kollam을 향해 떠나는 Backwater trip을

150Rs.에 예약했다.

비수기라 월, 수, 금요일 밖에 운행을 하지 않는단다.

저녁내내 비가 내린다.



1999. 5. 23.  일  Alapuzha


어젯밤에 모기와 벌레들의 공격을 받느라 온몸을 긁으며 잠을 설쳤다.

덕분에 아침 9시가 넘어서까지 침대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마땅히 볼거리가 없는 도시인데다 시끄럽고 복잡스럽고 또 비 때문에

길이 질퍽거려 나다니기가 쉽지 않지만 아침에 낯모르는 현지인으로부터의

Good morning 소리는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점심은 탈리식당에서 오랜만에 탈리를 먹었는데 종업원들이 사리입은 여자들이다.

여자종업원이 있는 서민식당은 처음이다.

거리를 걷다가 지금있는 룽기도 조금 싫증나고 하여

남인도 특유의 현란한 무늬가 있는 룽기를 하나 샀다.

수로주변으로 감자나 바나나, 각종 과일들을 즉석에서 튀겨파는 가게들이 있길래

포테토칩을 사서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 방금 만든 포테토칩이라 정말 맛있었다.

내일은 Backwater trip을 하는 날이니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1999. 5. 24.  월  Alapuzha - Kollam


다행히 시바신이 돕는 듯 어제 밤새 억수로 비가 오고 오늘 아침엔 비가 그쳐 있다.

10시 30분에 보트가 출발했다.

크지않은 배였는데 지붕이 있고 지붕위엔 의자를 놓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되있다.

여행인원은 모두 15명 이었는데 인도인 가족 4명과 나머지는 프랑스, 덴마크, 잠비에

등지에서 온 배낭여행자 들이다.

좁은 수로를 지나칠땐 주변의 집에서 나온 꼬마들이 손을 흔든다.

모두들 밝은 모습들이다.

계속 좁은 수로를 따라가다 넓은 호수가 나타난다.

넓디 넓은, 바다같은 호수위에 손바닥만큼 조그만배 위에 서서 노젖는 할아버지가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육지엔 온통 코코넛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드문드문 집들이 보인다.

점심시간이 되자 육지의 식당이 있는 곳에 멈춰섰는데 식당이라기보단

수로유람 손님만을 위해 집을 짓고 음식을 파는 듯 보이고 주위에 다른집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바나나 잎을 식탁에 깔고 그 위에 탈리를 주는데

다른 여행객들은 숟가락이 없다고 불평을 하며 숟가락을 구해 먹었지만

나는 항상 그렇듯 손으로 탈리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다시 수로유람은 시작되고 한가한 오후 시간이 지나간다.

유럽에 체류하는 잠비에에서 왔다는 친구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싼가격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는 인도가 너무 좋단다...... 그래, 나두 좋다..

넓은 호수가 다시 나타나더니 오른쪽 둑 위로 파도가 높게 치는 바다가 보인다.

그러다 이내 다시 수로로 접어들고...

저녁6시 30분쯤 Kollam에 도착했다.

가끔씩 비가 와서 조금 추운 듯 하였지만 정말 괜찬은 boat trip 이었다.

Kollam에선 가이드북과는 달리 G.H.의 가격이 많이 올라있었지만

배에서 내릴 때 명함을 주었던 Rakshimi Tourist Home을 70Rs.에

잡을 수 있었다.

오늘도 기어이 알콜숍을 찾아 맥주를 사와서 마셨다.



1999. 5. 25.  화  Kollam - Thiruvananthapuram - Kovalam


아침을 먹고 남인도의 유명한 해변인 꼬발람으로 향하기 위해

우선 티루바난다뿌람으로 향했다.

가는도중 가끔씩 비가 왔는데 창문이 없는 버스라 커튼같은 천을

내리는 것으로 대신하여 비를 막는다.

창문없는 버스의 창가에 1시간을 넘게 앉아 있으려니 손이 곱을 정도로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티루바난다뿌람에서 다시 꼬발람행 버스를 갈아타고 또 어느정도 달리자

꼬발람 해변이 나타났다.

숙소삐끼들을 뿌리치고 바닷가에서 1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방에서 바로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잡아 짐을 풀었다.

새삼 이정도의 방이면 한국에서 얼마나 할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여기선 2,000원도 안되는 돈으로 골라 잡을 수 있다.

주위를 돌아다녀 보았는데 비수기라 어디나 썰렁한 모습들이다.

파도가 높게 치고 있고 비가 오락가락 한다.

오늘 저녁도 숙소옆 식당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관광지 답게

70Rs.나 받는다.

맥주엔 비수기가 없는건가.....



1999. 5. 26.  수  Kovalam beach


오랜만에 해가 반짝인다.

등대쪽으로 난길을 따라 산책을 할 샘 이었는데

생각보다 먼길을 따라 다시 해변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맑은날씨여서 여전히 파도가 높게 쳤지만

바다로 뛰어들었다.

몇몇 여행객들이 나와함께 파도타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계속 물속에 있었더니 추워져 해변으로 나왔는데 티루반드럼에

써커스공연 왔다는 네팔인을 만났다.

나를 보더니 "한국사람 이세요?"  한다.

한국에서 5년간 일을 해서 한국말을 곧잘 하는 친구다.

이런저런 얘길하다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낮잠을 즐겼다.

저녁7시부터 한 식당에서 케에누 리브스 주연의 Matrix라는 영화를

틀어주길래 저녁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숙소에 돌아왔는데 다시 배가 출출하여 맥주를 2병이나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1999. 5. 27.  목  Kovalam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해변의 식당에 인도서민들을 위한 탈리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기에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다가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탈리집을 발견했다.

그 탈리집은 12시전엔 다른 것을 취급하다가 12시가 되면 탈리를 주는데

오랜만에 푸짐하게 먹는것이라 정말 맛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해변을 산책하고 오늘은 어제 그 식당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틀어주길래 또 영화를 보며 저녁을 먹었다.

오늘도 파도소리를 안주삼아 맥주한잔하고.....

내일은 인도의 남쪽 땅끝,

벵갈만과 인도해협과 아라비아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깐냐꾸마리를 향해 가기로 했다.



1999. 5. 28.  금  Kovalam - Kanyakumari


짐을 싸서 숙소를 나오니 해변가 식당에서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는 남자친구가 오기로 했다며 몇일째 이곳에서 묵고 있는 일본여자다.

같이 아침을 먹고 사진한방 찍고 버스 타는곳으로 향했다.

3시간 30분쯤 걸려 깐냐꾸마리에 도착해 역시 기다리고 있던 숙소삐끼를

점심을 먹으며 따돌리고 숙소를 잡았다.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기념관이 있고 성지 비슷한곳으로 인도인들에게 알려져 있어

우선 관광온 인도인들이 많이 눈에 뛴다.

동네는 크지 않고 걸어다니기에 적당하다.

바닷가에 간디기념관이 있어 가보았다.

2중 지붕에 구멍이 서로 떨어져 뚤려있는데 간디의 생일인 10월 2일에

간디의 유회가 놓여있던 자리에 햇빛이 든다고 한다.

비는 새지 않냐고 하니 구멍이 어긋나게 뚤려있어 비는 절대 안샌다고 한다.

꾸마리 가트에서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세 개의 이름을 가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곳에서는 제법 큰 호텔의 야외식당에서 저녁을 근사하게 먹고 맥주도 마셨다.



1999. 5. 29.  토  Kanyakumari


자고 있는데 왠 날벼락같은 어떤여자의 주문외우는 것 같은 음악이

새벽5시부터 온 동네에 크게 울려퍼져 도저히 더 잠을 이룰 수 가 없다.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가 일출을 보려했으나 구름이 많이 끼어 있어

일출은 보지 못하고 구름뒤로 밝은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인도 관광객들이 나와 일출을 보려고 했기에 해변은

거의 인산인해, 새벽부터 북적거린다.

아침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부족한 새벽잠을 더 잤다.

오후엔 관광객상대의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탈리집이 많아 점심은 항상 푸짐하게 먹는다.

저녁무렵이 되자 또 확성기에서 노래소리가 울려퍼진다.

매일같이 이렇게 시끄러운곳에서 어떻게 사나싶다.

오늘저녁엔 위스키를 한병사서 위스키콕을 만들어 마셨다.



1999. 5. 30.  일  Kanyakumari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한다.

오늘새벽 5시에도 음악이 울려퍼졌는데 똑같은 음악인데도

어제와는달리 듣기가 좋았다.

비베카난다 기념관은 육지에서 500m 가량 떨어져 있는 섬에 세워져 있는데

항상 많은 인도인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오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선뜻 나서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점심은 항상 다른식당에서 탈리를 먹으며 맛을 비교해 보려고 하지만

커리맛은 크게 다르지 않아 비교를 할 수 가 없다.

거리는 항상 인도관광객들로 가득하고 그 틈에 잡상인들..

언제나 거리는 북적댄다.

신기한 것은 많은 관광객들이 머리를 밀어버린 사람들이 많은데

온가족이 다 머리를 밀어버린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린 여자아이까지 머리를 밀어놨는데 정말 귀엽다.

왜 머리를 빡빡깍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한가족이 모두 빡빡인걸 보면

나름대로 무언가가 있는듯하다.

오후에 사람들 틈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 얼떨결에 비베카난다 기념관에

가게 되었다.

조그마한 섬자체가 기념관이었는데 비베카난다의 큰 동상이 있고

많은 인도인들이 경의를 표하며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저녁엔 어제 미쳐 다 마시지 못했던 위스키를 마저 비웠다.



1999. 5. 31.  월  Kanyakumari


오늘도 거리를 쏘다니거나 낮잠을 자며 시간을 보내고

내일발 뱅갈로르행 버스를 예약했다.


1999. 6. 1.  화  Kanyakumari - Bangalore


마찬가지로 새벽 노래소리에 깨어 일출을 보려고 나왔는데

역시 구름이 끼어있어 선명하게는 볼 수가 없었다.

이제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을 할 때가 왔다.

오후 3시쯤 뱅갈로르행 버스에 올랐다.

밤새 버스는 달린다.



1999. 6. 2.  수  Bangalore


아침 8시쯤 뱅갈로르에 도착했다.

버스만 꼬박 17시간을 탄 셈이었다.

역 근처에 숙소를 잡고 여느 인도와는 사뭇다른 MG Road에가서

밥먹고 보통의 인도와는 다른 세련된 도시와 건물과 사람들을 구경하며

거리를 배회했다.

작년에 이곳에 왔을때는 KFC가 있어서 비싼가격에도 불구하고 닭고기를

실컷 뜯었던 것이 생각난다.

이번에도 KFC에 들러 오랜만에 닭튀김을 뜯었다.

뿌네에 사는 김미성누나한테 메일이 와 있어서 전화를 했더니

내 옆서를 받고 방학기간동안 북쪽으로 여행 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내일은 뿌네행 기차를 예약해야겠다.



1999. 6. 3.  목  Bangalore


뱅갈로르는 인도의 실리컨밸리 답게 인터넷사용료가 아주 싸서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메일들을 모두 확인하고 답장을 모두 보내주었다.

뿌네행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자리가 없어 Waiting list에 일단 올랐지만

카르나타카주에선 tourist quota 가 확실하게 보장 되 있어서

자리를 확보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길어서 보기싫던 머리도 깍고...



1999. 6. 4.  금  Bangalore - Pune


체크아웃타임이 다른곳과는 달리 아침 9시 30분 이라 짐을 일단 역에 보관하고

다시 MG road에 나가 영화를 한편 보았다.

역으로 돌아와 waiting list인 기차표를 confirm 받았다.

오늘이 99 크리켓 월드컵, 인도와 다른나라의 시합이 있는 날이라

다들 크리켓을 보고 듣느라 난리다.

한 청년이 역 광장에 앉아 소형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score를 물어보며 지나간다..

저녁8시30분에 기차가 왔다.

기차가 움직이자 배웅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의 아쉬운 작별의 소리가 커지고

모두들 bye bye를 외치며.. 기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나는 그저 작별하는 인도인들을 보며 멍청히 앉아있을따름이다.

새삼 외로워진다.



1999. 6. 5. 토  Pune


밤새 기차는 달려 오후4시쯤 뿌네에 도착했다.

우선 미성누나한테 전화를 걸어 뿌네대학 정문에서 만나기로 하고 릭샤를 탔다.

매연이 심해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강도처럼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고 탄다.

누나는 작년 그대로 그 모습이다.

누나의 후배(이덕임)도 있어서 같이 술한잔 하기로 하고 시내로 나섰지만

괜찬은 맥주집들은 모두 입장료를 받고 있어 할수없이 맥주를 사서 집앞

공터에 앉아 마셨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꽤 많은 맥주를 모두 마셔 버렸다.

미성누나의 아파트는 스님이 살던곳이라는데 적당히 넓고 깨끗하여

지내기에 너무 편하지만 신세지는 것이 좀 미안하다.



1999. 6. 6.  일  Pune


아침밥을 김치와 김치국으로 먹었다.

위장이 반가워하는 소리를 듣는다. 얼마만의 김치 인가...

오늘이 두경우,박경숙님 부부 아이들의 생일이라 점심은 더 잘 먹을 것 같다.

바로 몇걸음만 걸으면 두경우,박경숙님의 집이다.

두경우님은 다람살라에 가 있어서 박경숙님과 아이들(두레, 두메) 그리고

수니따 라는 일하는 인도아줌마가 있다.

두경우,박경숙님 부부와 아이들은 지난번 다람살라에서 만났던지라 반갑게

인사를 하고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아무리 탈리를 좋아한다고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 음식만한게 없다.

한국사람들이 많으니 한국말로 얘기할 수 있어서 좋고

게다가 맛있는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정말 호강한다.

저녁때는 집에만 있기가 심심하여 오토바이를 타고 밖으로 나섰다.

이곳에 유학온 한국인들은 모두들 오토바이로 자가용을 대신하고 있다.

큰식당엘 갔는데 언덕자체를 잔듸밭, 놀이터, 수영장,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정말 거대한 식당 이었다.

일요일밤이라 waiting list에 올려놓고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가 있단다.

그냥 시원한곳에 앉아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는데 박경숙님의 고향집 얘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1999. 6. 7.  월  Pune


가까운 호수주변으로 소풍을 가기로 하고 누나와 덕임님이 김밥을 싸고

나는 카메라 하나 달랑들고 나섰다.

뮬시레이크 라는곳으로 갔는데 마땅히 자리펴고 놀 장소가 없어 큰 호수가

내려 보이는 언덕위에 앉아 싸간 도시락을 먹고, 수다떨고, 잠도 조금잤다.

호수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주변에 공원이라던가 하는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전혀 없다.

쇼바가 마땅치 않은 스쿠터를 2대에 나눠타야 했고 포장은 됐으나

울퉁불퉁한 길을 빨리 달릴 수가 없어 30Km 남짓되는 길을 2시간이나 달렸다.

오는길에 뿌네대학 앞쪽에 우리나라 88담배를 싸게 판다고 하여

300Rs. 주고 한보루를 샀다.

저녁때는 닭죽인지 삼계탕인지 아무튼 닭과 양념, 밥을 넣고 푸욱~ 끓여

배불리 먹고 옆 아파트에 새로오신 한국 아저씨가 맥주도 갖고와서

숨이 막히도록 먹고 마셨다.

뿌네에 와서 영양보충한다.



1999. 6. 11. 금  Pune


그동안 찍었던 사진 5롤을 뽑았다.

보내준다고 약속했던 사진들을 정리하고 나머지는 앨범에 넣어

집으로 소포를 부쳤다.

이덕임님이 이제 뿌네를 떠난다고 저번에 갔던 큰 식당에서

근사하게 저녁 한끼를 내기로 했다.

고급 인도요리를 수영장이 딸린 정원에서 우아하게 식사한다.

그렇지만 두레와 두메가 가끔씩 칭얼거려 우아함이 조금 깨지긴 했다.

그리고 이덕임님은 Nepal을 가기위해 바라나시로 떠났고

나도 내일 엘로라 동굴군이 있는 아우랑가바드로 떠나기로 했다.

미성누나도 함께 갔다가 아잔타 동굴군에서 헤어져 나는 캘커타에 가고

미성누나는 다르질링 밑에 미릭 이란곳에 머물고 있는다고 한다.



1999. 6. 12.  토  Pune - Aurangabad


오후 12시쯤되어 시바지나가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주변에 여행사들이 진을 쳐놓고 버스예약을 받는다.

1시30분발 버스를 타고 아우랑가바드로 향했다.

언제나 버스여행땐 광할한 대지를 보며 참 넓기도 넓구나 감탄한다..

저녁 6시쯤 도착해서 YouthHostel에 방을 잡았다.



1999. 3. 13.  일  Aurangabad (Ellora)


아침일찍 Ellora로 향했다.

엘로라동굴군을 어떻게 구경 했냐하면..

먼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어가서 1번 동굴부터

16번동굴을 향해가며 차례차례 구경을 했는데 사실 그것들은

동굴이라기보단 절벽의 면을 파서 만든 "공간" 이라고해야 맞을 것 같다.

1번 동굴부터 12번 동굴까지는 불교사원인데 공간의 정면 끝엔

우리나라 불상과는 사뭇다른 불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엘로라동굴군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16번 동굴은 힌두사원인데

절벽을 위에서부터 깍아 내려가 만든 큰 기둥같은 사원이

가운데 버티고 서 있고 그주위를 또 파 들어가 공간들을 만들어 놓았다.

힌두사원 안에는 링가상이 모셔져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옆으로 난 길을 통해 16번 동굴의 위쪽으로 올라갔다.

힌두사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기리 네 마리가 사원의 옥상에 해당하는 부분에 조각되어져 있는데

그러고 보니 사원자체가 큰 링가상으로 보인다.

몇세기에 걸쳐 만들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 거대한 사원을

이처럼 detail하게 조각해놓았는지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6번 동굴을 보고나자 왠지 17번부터 34번 동굴은 별 매력을 못느껴

보다가 그만두고 내려와 길옆 식당에서 탈리로 점심을 먹고

짜이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오는길엔 10명이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Jeep차에

21명이 짐짝처럼 구겨져 타고 왔는데 나는 갑자기 옆문이 열리지 않을까

걱정할 만큼 문에 납짝하게 달라붙어 겨우겨우 아우랑가바드로 돌아왔다.

저녁때는 같은 숙소에 머무는 3명의 일본인과 밤늦도록 카드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1999. 6. 15.  화  Aurangabad - Fardapur(Ajanta)


아침에 아잔타 동굴군을 향해 버스를 탔다 3시간만에 조그만 동네인

Fardafur에 도착했는데 이곳이 Ajanta 동굴군을 구경할 기지가 된다.

마을에 내리자 마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Korea 라고 했더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빨리빨리" 한다.

점심을 먹고 아잔타로 향했다.

이번에도 Jeep차에 짐짝처럼 구겨타고 아잔타에 도착하니 특이한 돌을 파는

상점 주인들이 제일먼저 반긴다.

수정 같은 돌을 손에 쥐여주며 한국말로 "선물, 선물, 갔다가 와서 우리가게 와요"

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긴 왔었나보다..

계단을 오르니 아잔타의 29개 동굴군이 한눈에 보인다.

천여년동안을 숨어 빛내고 있었을..  놀라운 조각과 벽화를 품은 동굴들...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계곡아래로 보이는 빨간 꽃을 활짝피운 꽃나무들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인다.

천천히 동굴들을 감상하고 계곡아래 그 꽃나무들이 서있는 산책길을따라 내려왔다.

숙소로 돌아와 작은 마을을 기웃거리며 구경하고 아이들과 놀면서

저녁시간을 보냈다.

큰 도미토리에 손님이라곤 누나와 나, 호주에서 왔다는 여자 이렇게 3명 뿐이다.



1999. 6. 16.  수  Fardafur(Ajanta) - Jalgaon - Bhusaval - Calcutta


누나와 Mirik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기차를 타기위해 잘가온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음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부사발로 향했다.

부사발은 비가와서 그런지 상당히 지저분하고 질퍽질퍽한 도시다.

부사발 역에는 어느역이나 그렇듯 많은 인도인들이 기차를 기다리며

멀뚱히 앉아있고 염소들, 개들, 그리고 한 마리의 닭이 돌아다니고 있다.

나도 멍청히 앉아 동물들이 밥먹는 인도인들틈을 기웃거리는 꼴이나

나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기둥마다 붙어있는 SAMSUNG 마크가 외로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Waiting List 20번 이던 것이 6번으로 고쳐졌다.

오후1시30분에 드디어 캘커타행 기차가 도착했다.

기차안에서 자리배정을 받으라 했지만 끝내 난 자리를 배정받지 못했고

이리저리 눈치를 봐가며 엉덩이를 들이 밀어야 했다.

그나마 날씨가 그리 덥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렇다해도... 가끔.. 과연 지옥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1999. 6. 17.  목  Calcutta


14시간만인 오후 3시30분에 캘커타에 도착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지옥같은 시간을 보낸터라

캘커타의 Howrah역에 내리고선 고향에 온 듯 기뻐했다.

캘커타는 벌써 여러번 와 본터라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하우라역앞 배타는곳에서 배를 타고 후글리강을 건너 바부가트 까지 간다음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Sudder St. 근처까지 갔다.

이 거리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는 듯 보인다.

이번에도 Salvation Army G.H. 의 도미토리를 잡았다.

역시 캘커타엔 한국사람들이 많았다.


 ~ 6. 30.  수  Calcutta


나는 캘커타에서 한국책을 얻어 읽거나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여행과 인생을 얘기하고, 인도영화도 보고,

보태니컬 가든에 가서 세계에서 가장큰 나무도 보고, 사실 나무라기보단

숲 이라야 맞을 것이다.

멀리서 그 숲을 보고 어찌 나무라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수시로 변하는 거리의 모습들도 재미있다.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비가오면 강으로 변하고, 거지들의 잠자리,

거지나 여행객들의 식당, 쓰레기장 등, 그 모습이 정말 다양하다.

다람살라에서도 한명의 남자를 만난바가 있지만 한국인이면서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밖에 할줄 모르는, 아니 한국어를 할줄 모르는

김가애 라고 하는 한국인을 다시 만났다.

2차대전 당시 아버지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다.

한국이나 일본, 어느쪽 나라에서도 확실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그녀는 결국 일본이 싫다고 내년에 미국으로 건너간다고 한다.

그동안 목말라하던 한국책을 많이 읽었다.



1999. 7. 1.  목  Calcutta - NewJalpaiguri


친구들과 이별하고.....

저녁 7시 15분 출발 기차다.

뉴잘패구리역에서 파키스탄쪽의 행동으로 보이는 폭탄테러로

인도군인들이 많이 죽었다고 몇일전에 보도가 있었기에

군인들이 들어와 금속탐지기등을 이용해 검문을 한다.

기차안에서 편두통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곧 잠이 들었다.

기차가 출발하면서 부터 계속 비가 오락가락 한다.



1999. 7. 2.  금  NewJalpaiguri - Siliguri - Mirik


오전 10시쯤 뉴잘패구리에 도착했다.

작년에 다르질링에 가봤던터라 이곳도 낯설지는 않다.

사이클릭샤를 타고 실리구리 버스스탠드에 도착하니

미릭으로 가는 Jeep차가 손님들을 불러모은다.

11시에 Jeep을 탔지만 사람이 다 차기를 기다려

12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했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곧 차 밭이 펼쳐지더니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갑자기 구름속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10m 앞도 분간할 수 없을정도로

짙은 구름속을 달리기 시작한다.

길 아래의 낭떠러지는 하얀구름으로 뒤덮여 가늠할 수가 없어서

만약 바퀴 한쪽이라도 빠져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한없이

밑으로 떨어질것만 같다.

드디어 미릭에 도착 했다.

다르질링보단 아주 작은 마을이어서 미성누나가 묵고있는

숙소를 찾는건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호수가 보기에 좋은, 작고 평화스러운 마을이다.

누나는 책을 읽고 호수주변을 산책하며 신선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다.



1999. 7. 3.  토  Mirik - Siliguri - NEPAL Kakarbita - Kathmandu


오후1시에 실리구리행 버스를 탔다.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가서 실리구리에 도착,

까까르비타가는 Jeep을 타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작년엔 네팔쪽에서 다르질링쪽으로 왔지만 이번엔

길을 반대쪽으로 가게 된다.

곧 까까르비타 국경에 도착했다.

먼저 인도측 Immigration에가서 출국도장을 찍고

다리를 건너 네팔측 출입국 관리소에서 비자와 입국도장을 받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비자피는 15일에 15달러.

국경앞의 버스정류장에서 바로 카투만두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네팔에도 비가 많이 왔는지 도로에 물이 많이 차 있다.

저녁 6시에 출발한 버스는 밤9시에 저녁식사를 위해 잠시 멈췄고

또 다시 끝날 것 같지 않은 울툴불퉁하고 칠흑같이 어두운길을 버스는 달린다.


'''''''''''''''''''  네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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