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같은 빌딩에 속해 살다가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되니 분명 좋은점이 많이 있지만
이런저런 불편함을 감수 해야만 한다.
낙엽을 끝없이 쓸어 주어야 한다거나
이번 겨울같은 경우는 눈이 많이 와서 눈 치우는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 놀라는 일들이 생긴다.
제일 처음 놀랐던것은 비 온 후에 시멘트 바닥으로 기어나오는 지렁이였다.
오늘같이 비가 온 후에는 꽤 많은 지렁이가 시멘트 바닥에서 꿈틀거린다.
잘 쓸어 담아 흙으로 돌려보내주는데 무척 징그럽다.
일주일 전 쯤 때아닌 한파가 있었던 날에는 눈도 뜨지 못했을 지렁이 새끼 수십(백?) 마리가
시멘트 바닥에 나와서 얼어죽어 있었다.
왜 굳이 시멘트 바닥에까지 나와서 죽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비 온 후에도 왜 굳이 그렇게 시멘트 바닥에 나와야 할까?
오늘 아침에도 열마리 이상을 흙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을에는 귀뚜라미들이 출몰한다.
귀뚜라미는 어렸을 때 가끔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라 그리 징그럽지는 않지만
꽤 시끄럽다.
이들도 가끔 시멘트 바닥에 나오기를 좋아하는데
팔짝팔짝 뛰어 도망가는지라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다.
그저께는 정원 한구석에서 쌔까맣게 돌아다니고 있는 개미떼를 보았다.
여간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 개미들이 왠일로 그렇게 바삐 움직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어제부터 내리는 비를 대비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원곳곳에서 개미들이 파 놓은 개미집의 흔적을 볼 수 있긴 하지만
그렇게 많은 개미들을 보게 되니 이놈들도 꽤 징그럽다.
여름이 되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 매미들이 찾아 온다.
다행히 작년 가을에 본 중국 매미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올 해에 어떨지는 두고 봐야 알겠다.
나무에 붙은걸 빗자루로 확 쓸어내리면 날개속에 감추고있던 새빨간 색깔을 내비친다.
분명 기분좋은 놈들은 아니다.
단풍나무에 알을 낳은 흔적이 있다.
불안하다.
반가운 놈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달팽이인지 소라인지 (이런것들이 어떻게 정원에 살게 되었는지)가 가끔 시멘트 바닥에 나온다.
손으로 잡아 올려보면 속을 꼬무락댄다.
가끔은 멧비둘기 같은게 정원 나무사이를 오가는가 하면
이름모를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기도 한다.
새들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마당은 또 이 동네 길고양이들의 이동통로로도 쓰이는데
고양이도 나쁘지 않다.
아직 여름을 보내보지 않은지라 여름에는 또 어떤것들이 나올지 모르겠다.
제발 징그러운것들은 나오지 말기를...
어쨋거나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는 정원, 징그럽거나 아니거나 모두 그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정원에 상추와 고추 같은것들을 심어 먹어볼까도 생각 중이다.
맨날 이런저런 구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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