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깊고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를 꼽으라면 몇몇 나라 중 라오스가 들어갔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시골의 정이 있었고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다시 여행을 한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라오스가 싫은건 아닌데
그 뭐랄까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읺았고 미처 정리되지 않았는데
여행자들이 마구마구 몰려 어쩔 수 없이 오픈해버린 관광지와
그것에 들떠 이런저런 수로 돈을 버는 현지인이 있는 시골. 뭐 이런 느낌이다.
몇 번 덤탱이를 쒸우려고 하는 현지인을 대하고 나면
화가 나기보다는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는 태국을 뛰어넘는데.


자꾸 98년도의 라오스를 떠올리는건 자연이 관광지인 라오스에서
현지인도 장연히 자연스럽게 그들을 삶을 살았으며
소수의 여행자들이 조용조용히 여행을 즐기고 돌아갔을뿐으로
어느것 하나 부자연스러운것이 없었다.
지금은 뭔가 좀 불균형스럽고 그렇기때문에 안정되지않은 뭔가가 느껴진다.


변한 라오스를 탓하지는 말아야지.
변한 나를 탓해야하거들.
모든게 순리다.

 

 

 

 

 

 

 

 

 

 

 

 

 

 

 

 

 

 

 

 

 

 

 

 

 

 

 

 

 

 

 

 

 

 

수도로써의 면모가 보인다.
비엔티안.

 

 

 

 

 

 

 

 

 

 

 

 

 

 

 

 

 

 

 

 

 

 

 

 

 

 

 

 

 

 

 

예상은 했지만 방비엥은 예전의 방비엥이 아니다.
98년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같은곳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아름답게 솟아있는 강너머 산이 그나마 변하지 않았다.
아침엔 산을 배경으로 열기구가 뜬다.
강은 뭔 공사를 한것인지 예전의 넒고 완만한 그런 강이 아니라 좁아지고 뭔가 시골의 정취가 사라졌다.
대형 식당과 호텔, 리조트들이 들어섰고 길거리엔 각종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모두 하나같이 한국어로 최고의 찬사를 써놓았다.

 

한국어 말이 나왔으니 말하자면 여기는 코리아타운이라 할만하다.
가게에선 한국 라면, 컵라면,소주, 과자 등등 메로나까지 판다.
지나는 여행자들의 70% 이상이 한국인이다.
서울거리를 걷다 짠!! 하고 이곳에 떨어진것같은 차림의 20대 여행자부터
패키지 아줌마 아저씨까지 한국이 방비엥을 점령해버렸다.
길거리 노점상도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예전과 지금, 어느 방비엥이 더 좋으냐 물어보면 글쎄 잘 모르겠다.
물론 나는 시골스런 옛날옛적 방비엥이 더 좋았다고 하겠지만
요즘 여행자들은 편리해지고 다양한 물놀이가 있는, 워터파크 같은 지금의 방비엥이 더 좋겠지.
변하지않는건 없으니 변화를 순리로 받아들여야지.
그래도 솟아있는 산은 아름답고 강 건너 마을은 소박하다.

 

 

 

 

 

 

 

 

 

 

 

 

 

 

 

 

 

 

 

 

 

 

 

 

 

 

 

 

 

 

 

 

 

 

 

 

루앙프라방의 메콩강은 옛날옛적 그대로  흐르고 있다
숙소가 밀집한 강변 동네는 한층 고급스러워졌고 당연히 숙소값도 상당히 올랐다.
관광객을 상대로하는 큰 야시장은 새로운 볼거리였고
스님들의 아침 탁발 역시 여행자들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메콩강변을 거니는 즐거움은 전혀 변함이 없다.

 

 

 

 

 

 

 

 

 

 

 

 

 

 

 

 

 

 

 

 

 

 

 

 

 

 

 

 

 

 

 

 

 

 

 

 

 

 

 

 

마을은 500미터 남짓. 비포장 도로가 전부다.
여행자나 현지인이나 다 그 하나의 도로에서 논다.
마치 모두 한마을 사람인양.


그 주위로 개와 닭, 오리들이 돌아다닌다.
온갖 가축과 주민들이 다정하게 살아간다.

 

내 방갈로는 강으로 발코니가 나 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가 강쪽으로 발코니를 두었다.
여행자들은 발코니에 앉아 강을 오가는 통통배와 산수화에서 과감하게 선을 그은듯한 강너머 산을 감상한다.

 

강변 레스토랑의 긴 벤치에 비스듬히 누워  me before you 를 마쳤다.
혹시 눈물이 흐를까봐 자세를 가다듬고 마음도 가다듬어야했다.
이제는 남아있는 책이 없다.

 

외부와 연결된 도로가 없는 무앙응오이엔 차소리가 없다.
강을 따라 위쪽 마을과 아래쪽 마을이 뱃길로 연결될 뿐이다.
밤이되니 풀벌레소리와 개구리소리만 울릴뿐이다.

 

 

 

 

 

 

 

 

 

 

 

 

 

 

 

 

 

 

 

 

 

 

 

 

 

 

 

 

 

 

 

 

 

 

 

 

 

 

 

 

우강이 마을 사이를 가로지르고
강 옆으로는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여행객을 부른다.
그 너머에는 산수화에서나 봤음직한 산들이 솟아 올라있다.

 
깊은 밤 농키아우는 적막하다.
나직히 풀벌레소리만 들려올뿐이다.

 

가끔 시끄러울 때도 있다.
어제는 새벽 두시에 적막을 깨고 난데없이 개들이 짖기 시작하는데 온 동네가 다 울린다.
아마 몇마리의 개들이 낮에 쌓인 앙금을 이제라도 풀어보려는 심산인것 같다.
조용한 마을인지라 짖는소리가 꽤 크게 울린다.

 

 

 

 

 

 

 

 


보아하니 태국이나 라오스나 새벽 3시가되면 닭들이 울기시작한다.
한마리가 먼저 적막을 깨면 이에 질세라 다른 닭들도 울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이들은 해가 질 때까지 끈질기게 운다.
그래서인지 닭들이 목이 쉰거 같다.

 

 

 

 

 

 

 


날이 밝아오기시작하면 배 엔진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이제 사람들이 활동을 하는 시간인것이다.
통통통 배들이 오간다.
시간도 통통통 급할것 없이 흐른다.
강변에 삐쭉빼쭉 아름답게 솟은 산들은 해가 높이 뜰 때까지 안개에 젖어있다.

 

 

 

 

 

 

 

 


므앙응오이에 다녀와서 뒷산에 있는 농키아우 뷰포인트에 올랐다.
그리 높지않고 아니고 한시간반 거리라고해서 만만하게봤는데
전혀 만만하지가 않다.
개처럼 숨을 할떡이고 오래간만에 땀을 흠뻑 흘렸다.
두어달 여행기간중에는 운동을  안해서인지 다리며 어깨가 무척 아팠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다들 쪼리를 신고 다녀오네.
한 청년은 곰돌이 실내화를 신고 다녀온다. 대단한넘.
그야말로 동네 뒷산 산책이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휴~ 드디어 정상.
사방으로 산과 강이 어우러진경관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힘든만큼 올라온 보람이 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분다.
잠시 땀을 식히고 주변을 감상한다.
내가 묵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농키아우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우강을 따라 므앙응오이 가는 뱃길이 훤히 보인다.
마을 반대편쪽으로는 첩첩이 산이다.
아름답다.

 


 

 

 

 

 

 

 

 

 

 

 

 

 

 

 

아침 일찍 터미널에 도착해 우돔싸이행 로컬버스에 올라보니
대부분의 자리에 이미 가방이 차지하고 앉았다.
나도 빈자리 하나 잡아 가방을 올려놓았다.

사람이 꽉 찼다고 생각했는데 가다가 또 손님을 태운다.
희안하게 어떻게든 공간이 생겨나는것이다.

 

 

 


9시가 넘어가는데 안개는 걷힐 줄 모른다.
다들 웅크리며 추워하는데도 멀미때문인지 창문은 꽉 닫지 않는다.
기어코 한명은 비닐봉지를 찾는다.
꼬브랑대며 산허리를 돌고 돌더니 커다란 산을 하나 간신히 넘었다.
산 저 너머로 보이는건 또 산.

 

 

 


11:30 우돔싸이 도착
농키아우나 빡몽으로 가려면 뉴터미널에 가란다.
툭툭을타고 뉴터미널에 가보니 그럴듯하게 막 지어져 정리가 덜되고
더이상 정리를 할 기미도 안보이는 건물이 나온다.
내부는 깔끔하지만 휑하다.
빡몽가는 봉고차가 기다리고 있길래 표를 끊었더니 3:30 출발한단다.
지금은 12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인원이 다 차면 그 전이라도 출빌한다더니 다행히 인원이 다 차서 12:30 출발.

 

 

 


라오스 뽕짝을 크게 틀어놓고 100년된 봉고차는 털털거리며 달린다.
운전기사와 손님들이 마구 웃고 떠들고 뽕짝을 따라 부르기도 한다.
다들 잘 아는 사이 아닐까 의아할 정도다.

마치 동호회 야유회를 가는 분위기다.
봉고차는 달리는게 신기할 정도로 멀쩡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
문 손잡이 같은것도 없다.
운전사가 기교를 부려 열어주어야만 열린다.


산허리를 구비구비 달린다.
가는길은 온통 공사중이었는데 먼지먼지 그렇게 엄청난 흙먼지길은 내생전 처음이다.
먼지가 뒷문 밑으로 마구 들어오기때문에 천으로 막았지만 사방에서 날리는 먼지를 막을 수는 없다.
길가의 초라한집들은 절대 씻기지 않을듯한 견고한 먼지를 한껏 뒤집어 써서 더욱 궁색해 보인다.
나무들도 황토색이다.
앞에서 오는 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치면 순간 앞이 보이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먼지길 저 멀리로는 첩첩이 산들이 아름답게 이어져있다.

 

 

 


공사중이라 몇번씩 길이 막혀 기약없이 기다리기도하고
운전사 마음 내키는 곳에 멈춰 남자나 여자나 아무데나 쉬~ 도 하면서 달리고 달렸다.
마침내..

,

,

.
절대 끝나지 않을것같은 먼지길이 끝났다.
4시가 넘어 농키아우의 중간 기착지, 빡몽에 도착.
다행히 얼마 안기다려 농키아우행 봉고를 탈 수 있었다.
농키아우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져 컴컴해졌다.
방을 잡고나니 밤8시.
오늘 하루 12시간동안 이동한 셈이다.

 

 

 


흙먼지길에다 자리도 2명자리에 3명이 쪼그리고 끼어앉아 불편했지만
나름 꽤 재미도 있었고 옆으로 펼쳐지는 자연경관은 아름다웠다.
같은 차에 탔던 라오스인들, 운전기사. 모두 한가족 처럼 대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돌이켜보면 우돔싸이에서 빡몽까지의 이동은 최악의 길이었지만 최고의 재미와 추억이었다.

 

 

 

 

 

치앙센에서 라오스 국경이 있는 앙콩까지는 그리 멀지 않지만 교통편이 좋지않다.

썽태우를 갈아 갈아 타야한다. 
치앙콩에서 다리를 건너 라오스로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이렇게 쉽게 국경 건널 수 있는 날이 올려나.

 

후에싸이 터미널에서 바로 루앙남타행 버스를 탔다.

구불구불 산길을 달린다.

서서히 해가 진다.

 

왜 아니겠는가 역시 중간에 차가 고장나서 멈춰섰다.
한동안 손님을 태운채 뒷좌석 아랫쪽 문을 열고 뭔가를 열심히 하더니 아예 식당앞에 서버렸다.
때 아니게 들이닥친 손님들로 식당은 어리둥절하다.

손님들은 주방으로 마구 들어가 뭐 먹을게 없나 살펴본다. (그래도 되는건가? 되겠지!)
주인은 차가운 쌀국수물을 급작스럽게 데우기 시작한다.
쌀국수를 먹고 버스 고치는것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변변치못한 도구들을 뚝딱대더니 그래도 버스가 고쳐졌나보다.

또 밤길을 달린다. 

 

 

 

라오스쪽 국경 건물

 

 

 

예정보다 두시간이나 늦운 밤 10시에 루앙남타 터미널 도착.

툭툭이고 택시고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버스터미널에 내려놓고 버스는 떠났다.
다행히 가게가 있어 미니버스를 불러타고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루앙남타에선 트래킹을 해야 맞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주위와 근처 마을을 돌아보는것도 괜찮겠지.

므앙씽 이라는곳이 있다.

60km 정도? 오토바이로 1시간반 거리다.

작은 마을들을 거치고 들판과 산을 넘었다.

게릴라처럼 아무렇게나 옷을 걸친 군인들이 AK총을 들고 여기저기 서성인다.

오가는길은 나쁘지 않으나 므앙씽은 꽤 썰렁한 마을이다.

중국 국경이 있어 가보았는데 외국인인 건너지 못한다.

짐을 잔뜩실은 큰 트럭들이 중국으로 넘어간다.

 

루앙남타 주변은 논이다.

수확을 끝낸 논의 풍경이 우리나라 시골과 다르지 않다.

 

루앙남타의 야시장은 귀엽다.

치앙마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고 치앙라이에 비해서도 아주 귀여운 수준이다.

맛있는 전기구이 삼겹살과 통닭이 있어 맥주와 함께 매일 저녁은 여기서 해결.

먹고 있으면 개와 고양이들이 몰려든다.

뼈다귀들은 모두 그들 차지다.

 

 

추수를 마친 논에서 볏짚을 옮기고 있다.

 

 

 

므앙씽 가다 만난 작은 산간마을

 

 

 

이런길을 오토바이타고 달리는데

보기엔 좋아보일지 몰라도 웅덩이가 많고 요철이 심해 매우 조심해야했다.

 

 

 

작은 마을의 아이들.  노려보네..사진 미안.. 

 

 

 

논에서 일하고 있는 저것은 벼가 아니다.

빗자루로 쓰는것인데 마을마다 저걸 산에서 해 온다.

라오스 어디에나 저걸 볼 수 있다.

 

 

 

 

야시장에서 한숨 돌리는 고산족 아줌마들,

이런저런걸 여행객들에게 들이밀고 사라고 한다.

 

 

 

탁자 아래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지양..

 

 

 

소가 있는 풍경

 

 

 

라오스에선 한국차를 많이 볼 수 있다.

번호판은 간단히 생략!

 

 

 

루앙남타 뒤쪽 언덕에 올랐다.

작은 마을과 논 뒤쪽의 산으로 해가 진다.

 

 

 

 

 

 

 


98년 인도,네팔을 5개월정도 여행후 태국으로 들어와
 라오스로 들아왔습니다.
 조용한 시골마을같은 나라 라오스 여행기 입니다.

98년 9월 기준 1us$ = 40 thai baht = 4000 laos kip  입니다.


1998. 9. 16.            비엔티안

 

어제 방콕을 떠나 오늘 드디어 라오스 국경을 넘었다.

사회주의 국가는 처음이라 조금 설레이는 기분이다.

9월6일에 그토록 지겨워했던 인도를 떠났고 방콕에서 고향에 온듯한

편안함으로 시간을 좀 보내다가 이제 라오스로 들어온것이다.

여행은 5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태국 농카이에서 버스를 내리자 마자 달려드는 툭툭기사들을 뒤로하고

터미널 앞 식당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아침을 먹고 있는데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녀, 서양남자 1명이 국경을 넘을 태세여서

합세하여 툭툭으로 우정의 다리 까지 동행했다.

국경을 넘은후 일본남(야스), 일본여(아유미), 홍콩여(양)

그리고 나 민병규는 비엔티안까지 택시로 가기로 했다.

150B 니깐 40B 씩만 내도 10B 가 남았다.

일본남여는 다른숙소를 찾아본다고 가고 나와 홍콩여(양)은

MC&I GH 를 찾아 3베드를 150B 에 잡았는데 좀있다가 일본남여도

바로 앞방으로 방을 잡았다. 아유미는 방콕에서 일을 하는데

비자때문에 온것이라 한다. 야스가 아유미한테 할머니라고

농담을 하더니 아유미는 30살 이란다.

짜증나지 않을정도의 좀 더운 날씨다.

시장에 나가서 여러가지 약초나 동물 뼈등을 구경하고

암달러 아줌마한테 바트화를 킵(KIP)으로 바꾸었다.

국경에서 1바트에 96킵 이었는데 아줌마는 116킵을 준다.

암달라 아줌마들이 경찰신경 안쓰고 뭉태기돈을 거리에서 막꺼내도,

뭉태기돈을 그냥 주머니에 쑤셔넣고 다녀도 인도처럼 불안함이

없으니 너무 편하다. 500B만 바꾸었는데도 지폐가 주체하기 힘든

양이 되었다.

태국과 마찬가지로 거리는 오토바이가 무척 많고

헬멧은 한명도 안썼다. 거리에 경찰이라곤 없다.

한국차도 가끔 보인다.

라오스의 수도가 이렇게 시골마을 같으니 다른곳은 상상이 간다.

저녁때가 되어 식사를 하러 나섰는데 불을 밝힌 선전보드가 있어 가보니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 평양의 깨끗하고 넓은 거리와 빌딩들 사진이 걸려있다.

한 라오스 남자가 관심깊게 사진을 보고 있어서  어깨를 툭툭 쳐주고 돌아섰다.

저녁으로 베트남 요리를 먹었다.

 

1998. 9. 17.

메콩강가에 나가보았다.

붉은물이 흐르고 있고 주위는 온통 뻘이다. 길가의 흙도 붉은색,

시내에도, 심지어 호텔 내에도 붉은 먼지가 쌓이는 이유를 알았다.

이곳을 도시라고 말할 수 없지만 암튼 도시는 마땅히 쉴 수도 없고 할 일도 없는것이 사실이다.

내일아침엔 방비엥으로 떠난다.

라오링크 라고하는 큼지막한 삐삐를 막 보급하기 시작 했나보다.

선전문구가 많이 보이고 우체국 앞에선 아가씨가 판촉을 하고있다.

저녁때는 야외 분수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셨다.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젊은 연인들이 맥주마시는 모습들이 보인다.

 

1998. 9. 18.             방비엥

10시에 출발하는 개인버스인듯한 버스를 가까스로 잡아탔다.

예상외로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 뒤쪽은 텅 빈채로 운행하지만

짐은 아주 많아서 버스뒤쪽과 천장을 다 차지하고 있다.

중간중간 마을의 가게에 짐을 떨궈준다.

14시쯤에 아주작은 시골마을 방비엥에 도착했다.

방비엥에 도착하자 많은 게스트하우스들과 식당들이 보인다.

5000킵(약50바트)에 트윈을 두개(10,000kip) 잡아서 자연히 일본남(야스)

와 내가 방하나 일본여(아유미)와 홍콩여(양)이 다른방에 들었다.

어느정도 관광지화 되었지만 거의 영어가 통하지 않고 숫자정도만

통하는 마을사람들도 모두 순박해 보이고 아이들도 손을 벌리지 않아 더욱 이쁘게 보인다.

 

1998. 9. 19.

아침에 일어나 게스트하우스 앞 길에 나가보았다

앞 버스터미널 뒤쪽으로 보이는 멋진산을 구름이 허리를

감싸안고 돌고있고 문을 활짝열어논 길 건너편 집에선

구수한 올드팝송이 흘러나온다.

북한사람들도 저렇게 TV나 팝송을 즐길 수 있을까?

야스는 문을 열어놓은 앞집에 그냥 성큼성큼 들어가 주인하고 사이좋게 TV를 본다.

누구에게나 "사바디~" 인사하면  "사바디~" 반갑게 인사를 받는다.

근처에 동굴이 있다하여 평화로운 시골길을 걸어 가 보았다.

일단 동굴 앞 냇물에서 수많은 고기들과 같이 수영하고 놀다가

산중턱에 있는 동굴로 올라갔는데 동굴입구에선 방비엥이 한눈에 보인다.

동굴은 시원하고 향을 피워놓아 냄새가 구수했다.

아침에 아유미가 먼저간다고 갔고 양, 야스, 나 이렇게 3명이

움직이게 됐다.

 

1998.9. 20.

터미널 뒤쪽에 있는 시장구경을 나섰다.

홍콩제 담배가 600kip !

라오스에서 좋은건 맥주값과 담배값이 싸다는것이다.

맥주는 큰병이 2500kip밖에 안하니 매일 저녁식사때는

자연스럽게 맥주를 한두병쯤 마시는것이 당연시 되었다.

이곳에선 음식도 닭죽등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많아서 입은 항상 즐겁다.

값싼 맥주와 담배와 음식 모두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으니 고향에 온듯 푸근하다.

 

1998. 9. 21.             루앙프라방

오늘은 루앙프라방으로 가는날

방비엥에서 도착한날 못했던 도착신고를 오늘에서야 출발신고와 함께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루앙프라방에 가면 또 도착신고와 출발신고를 이미그레이션에서 해야한다. 이름등을 적고 종이에 도장을 찍어준다.

버스를 기다려 탔는데 앞에는 "금연" "위험물적재엄금"

좀 오래된 현대의 버스다. 중고를 수입해서 사용중인듯 하다.

7시간쯤 달려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는데 가는길은 산과 계곡이 그려놓은듯 아름답고 작은 산간마을은

태국 치앙마이 트레킹 할때의 고산족 마을이랑 똑같고 사람들도 비슷하다.

도착즉시 메콩강변의 viradesa G.H. 에 이번엔 조금비싼 7000kip을 주고 넓은 트윈을 잡아

야스와 함께 쓰기로 했다.

 

1998. 9. 22.

시내에 있는 푸시 언덕에 올라 루앙프라방 시가지를 한눈에 감상하고

 

1998. 9. 23.

kwangsi 폭포에 4명이 각 6000kip으로 하루종일 쏭태우을 전세내어 갔다왔다.

아름답고 꽤 높은 폭포였다.

폭포도 멋있고 주변도 깨끗하게 아주 잘 꾸며놓았다.

그곳에서 수영하고 라면먹고 라면먹으며 죽 늘어선 가게의

처녀들이랑 재미있게 웃으며 장난치다가 자고있는 쏭태우기사를

깨워 돌아왔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니 몸은 온통 먼지를 뒤집어쓴다.

일행은 미국남(짐)을 만나 4명이 되었다.

이곳 시장에선 아줌마들이 1바트에 120킵을 준다 (1달라 = 4700킵)

 

1998. 9. 24.

야스와 뉴질랜드여(헬렌)과 메콩강을 건너 작은 마을을 가보았다.

학교인듯한 건물이 보여 가보니 교실에선 수업을 하고 있고

운동장에선 아이들이 놀고있다.

아이들은 호기심에 찬 눈을 반짝거리며 금새 우리주위를 둘러싸고

우리들을 멀찍히 서서 구경하는데 다가가려하면

도망가고 사진을 찍으려해도 웃으면서 몸을 꼬거나 도망간다.

관광지를 가는것보다 작은 마을에서도 더 작은 이런 동네에

구경와서 한가하게 시간보내는것을 인도여행 할때부터 좋아했었다.

마을의 끝에 작은 사원이 있어 무더운 오후시간에 짧으나마

낮잠을 즐길 수 있었다.

승려가 베게까지 가져다 준다.

 

1998. 9. 25.             보트 1일

루앙프라방을 떠나 태국 국경과 가까운 후에싸이로 가기로 했다.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2박 3일간의 긴 보트 여행이다.

야스와 양과 헬렌과 함께 가게되어 심심하지는 않을듯 하다.

허리를 숙여야하는 지붕을 가진 작은배에 10명남짓 탔다.

우리일행을 제외하고 모두 라오스 사람들이다.

메콩강에 작은 배를 띄어놓고 고기를 잡는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지붕에 올라가 일광욕을 즐기면서 처음1박을 할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를 딱 하나 엉성하게 지어놓았는데 저녁식사포함

7000kip을 내라하여 마을 구경한다고 마을로 들어섰다.

인심 좋아보이는 마을사람을 만나 그의집에서 4000Kip에 식사하고 자기로하였는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쫓아와서 3000kip에 해주겠다.. 2000kip에 해주겠다..

 맥주도 주겠다... 등등계속 말하지만 우린 이곳이 더 좋다고 그를 돌려보냈다.

집은 층계를 1층정도 올라야 방이 있는데 우리는 방앞에 마루에서 자기로 했다.

저녁식사로 라면과 밥이 나왔는데 식사를 하는도중 동네사람들이 집에 몰려와서 밥먹는 우리를 구경한다.

식사후엔 집앞에 나가보았는데 전기가 없으니 온천지가 깜깜하고 하늘엔 은하수가 떠있다.

별똥별도 하나 보았다.

이불을 깔아주고 모기장까지 쳐 주는 친절한 주인과 어린딸을 사진기에 담고 잠자리에 들었다.

 

1998. 9. 26.             보트 2일

지루한 보트여행을 계속해 오늘도 저녁때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을 둘러보고 가게에서 라면을 요리해 달라하니 밥까지 내준다.

이 마을에선 잘곳이 없는것 같아 보트에서 자려고 내려가니 라면먹은 옆 가게에서

가게마루에서 그냥 자라고 한다.

역시 마루에 앉아 우릴 구경나온 동네사람들과 서로를 구경하며 밤시간을 보냈다.

이동네는 대마초가 많이 나는듯 대마초 피우는 냄새가 많이 나고

마른 대마초를 통채로 갖고와 피워보겠냐는 동네 청년도 있다.

동네 아이들이 너무 이뻐 사진을 찍으려 하면 도망가고 수줍어하더니

나중에야 어렵게 한장 찍을 수 있었다.

돈도 받지 않으면서 이불도 깔아주고 모기장도 쳐주는 주인아줌마한테

아침에 떠날때 돈을 조금 모아 쥐어주었다.

 

1998. 9. 27.             보트 3일

어느새 보트여행 3일째가 되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메콩강 왼쪽은 태국, 오른쪽은 라오스라 한다.

태국쪽은 전봇대도 보이고 찻길도 보여서 가끔 차들도 보이지만 그대신

나무들이 많이 베어져버린 산들을 볼 수 있고

라오스쪽은 인간의 손이 미치지않은 자연 자체이다.

가끔씩 강가에서 대나무에 그물을 메달아 물에 담갔다

건지는식으로 고기잡는 사람들이 보인다.

15시쯤에 국경도시 후에싸이에 도착했다.

보트에서 같이 3일을 보낸 사람들과 인사하고 헤어져 우린 이미그레이션으로 향했다.

우선 양과 야스와 나는 출국 도장을 받았고 헬렌은 보름정도 더 라오스를 여행 한다고 한다.

마침 내일이 헬렌의 생일이어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생일을 축하해주고 헤어짐을 아쉬워 했다.

인도에서 이미 부러져 스카치테잎으로 땜빵한 썬그라스를

헬렌이 보트 여행중 계속 빌려썼으므로 그것을 생일 선물로 주었다.

헬렌과 작별하고 작은배를 이용해 강을건너 태국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미그레이션 직원이 1개월짜리스템프를 찍어주는것이 아닌가..

난 한국인이다 3개월로 바꿔달라 하니 미안하다고. 일본인인줄 알았다고..

얼굴이 똑같아서 그랬다고... 여권은 안보고 얼굴만 보냐??

그런데 방콕으로 가는버스가 끊어지고 없었다.

할수없이 치앙라이로 가기로 하고 각 200B에 골든 트라이앵글을 들리는 조건으로 차를 대절했다.

골든트라이앵글은 미얀마, 라오스, 태국이 3각형으로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자유로이 드나들수 있는 국경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치앙라이에 도착하자마자 양은 방콕으로 떠나고 야스와 나는 2틀정도를 치앙라이에 머물기로 했다.

라오스여행은 푸근한 사람들과 자연속에서 마음편하게

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세계 최빈국중 하나인 라오스도 이제 개발의 손길이 조금씩

미치겠지만 깨끗한 사람들, 깨끗한 자연을 위해 지금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졌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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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보트를 타고 후에싸이로 향하던 길은 라오스 여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다.
지붕이 낮아 불편하고 엔진소리가 무지 거슬리는 슬로우보트,
틈만나면 대마초를 피워대던 선장. 무지 착하고 순박한 선장의 조수.
슬로우보트가 괜히 슬로운가... 루앙프라방에서 후에싸이까지 2박3일이 걸리는것이다.
물길을 거슬러올라가야 하니 그렇다고는 하지만 다른사람들 얘기로는
거의 모두 1박 2일이면 된다고 하니 분명 그 배야 말로 진정한 슬로우가 아닌가..
일행은 몇명의 라오스 사람들과 일본남, 홍콩녀, 뉴질랜드녀, 나. 이렇게 4명의 여행자다.

처음 밤을 보낼 작은 마을에 도착.
마을입구에 유일한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있었지만 마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마을로 가서 적당한 집을 골라 재워달라고.. 먹여달라고..
(영어가 한마디도 안통하니 무조건 바디랭귀지다) 하니 OK 한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깡시골이라 벌써 사방이 어두워졌다.
라면을 끓여주고 모기장까지 쳐진 멋진 테라스에서 자는데 25밧.
라면 먹다 말고 고개를 드니까 온동네 사람들이 와서 눈을 반짝이며 구경을한다.
하하... 나는 동네사람들 구경하고 동네사람들은 나를 구경하고..
그런데 먹고 있는데 그렇게들 보고 있으니.... 이거 좀 난감하잔아...

역시 아이들과는 쉽게 친해진다.
라면을 먹고난 후 아이들과 좀 놀다가 멋진 테라스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풀벌레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살짝돌리면 별이 쏫아지는 곳이다

아침6시30분. 출발!
아....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게 어딨냐....
대충씻고 다시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가끔 배 지붕위에 올라가 주변의 경치를 감상한다.
물살이 조금만 쎄지면 선장이 소리친다.
" 내려와! 위험해!"
"아.. 괜찬아요 여기가 안에 있는것보다 훨 좋아!"
"빨리 안내려와??"
"네 갈께요,.. -_-;; "
아흐... 안에 있으면(물론 창문도 없고 문도 없어 안과 밖의 차이가 미묘 하긴 하지만)
엔진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려서 싫다... 어휴~~
좀 앉아 있다가 다시 지붕으로 슬쩍 올라간다.
아~ 강 양쪽으론 그야말로 밀림이 울창하다.

이렇게 올라갔다 내려왔다 몇번하다보니 두번째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는... 그러니까.. 게스트하우스도 없는 마을이다.
어디서 자라고???
머.. 할말은 없다. 게스트하우스 있는 마을에서도 거기서 안잤으니까..
다시 마을탐방이다.
그런데 이미 너무 깜깜해져 있다.
조금 올라가니 집이 몇채밖에 없는... 아니 안보이는.. 작은 마을..
그런데 왠 대마초 냄새가 이리도 날까...

마을입구에는 작은 구멍가게 같은게 있었는데...
갈곳도 없고하여 그곳에 앉아 있자니
마을 청년이 대마초 말린것을 나무채로 갖고와서 피우란다.. 컥..
오늘은 그 구멍가게에서 재워준단다.
팔고 있는 몇가지 과자류와 물건들을 치우고 그 자리에서 잔다.
역시 이불도 주고 모기장도 쳐준다.
아..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
아침에 나오는데 돈을 안받겠다고 하여 20밧씩 억지로 주고 다시 배를 탔다.

이제 3일째다.
3일째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나고, 지붕이 낮아 불편한 배를 탄다는건
아무리 열악한 환경도 마다 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좀 싫다~~~

다행히 3일째는 몇시간 안가서 후에싸이 도착!!
고마워요 선장님, 고마워요 선장의 조수~~

그리곤 여행자들도 모두 헤어지고 일본남과 나만 태국 국경을 넘었다.
골든트라이앵글에서 라오스와 미얀마와 태국 국경을 한번에 본 후
치앙라이로 향한다.


이렇게 메콩강을 따라 여행했던 2박3일은 세월이 꽤 흐른지금에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가 98년이니까 벌써 6년이나 지났다.

약간 의심나는 부분은
점심과 아침식사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특별히 생각나지 않는것을 보면 별무리없이 해결해서 배는 고프지 않았던것 같다.
난 배가 고프면 좀 광분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라오스여행때 몇몇 생각나는일들이 있지만 아마도 이 마지막 3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던것 같다.
슬로우 슬로우~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느껴보라구요!!

98년 9월 즈음..

ham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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