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있으면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질 지경이 된다.
본격적으로 서울생활을 시작한 게 2002년부터다.
원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방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녔다.
내 수중에는 단 5백만원이 있었다.
하루 종일 이런저런 방을 보러 다니다 밤늦게 다시 원주로 내려갔다가
다음날 다시 서울로 올라와 방을 구하러 다녔다.
별의별 방이 다 있었다.
5백만원짜리 방들은 인도 여행중에 머물렀던 가장 후진 게스트하우스보다도
100배는 후진 어두컴컴한 방들뿐이었다.
이름 모를 골목, 어떤 집에서 흘러 나오는 웃음소리와 불빛, tv소리를 들으며
내 몸 하나 뉘일 공간 찾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서럽구나 하며 절망에 빠지곤 했다.
집, 대문, 창문들이 수억, 수십억개는 있을 이 큰 서울에서 방 하나 구하는 게 이다지도 어렵단 말인가?!
그래도 구하면 열린다고 아현동에 보증금 5백만원에 월30만원으로 한 옥탑방을 구했다.
편하게 누울자리 있다는 게 행복했다.
옥상에서는 서울타워도 보였다.
시원하게 서울 경치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몇 년 후에는 같은 동네에 조금 더 넓은 반지하로 이사를 갔다.
좀 더 넓은 대신 빛이 잘 들지 않았다.
마치 무덤 같았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다시 옥탑으로 이사를 갔다.
옥상의 지저분한 주인집 물건들이 있었는데 좀 치워달라고 했더니
대충 살지 뭐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고 했다.
대충 살아라…. 이 말을 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대충 산 것 같다.
정확하고 명확하고 꼼꼼한 삶이 어디 있으랴.
다음엔 길건너 동네에 2층으로 이사를 갔다.
방 찾아 다니고 계약하고 주인과 이런저런 문제를 이야기 하고….. 이런것들이 스트레스라
그렇게들 자기집을 사려고 하는것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대충 살라고 말하지도 않는곳. 내집.
어쨌든 그 후에도 몇번의 이사를 거쳤다.
그리고 또 이사를 가야한다.
이리저리 옮기며 좀 더 낫고 편한 방을 찾아 12년을 산 셈이다.
앞으로도 몇 년이나 더 이사 다녀야 할까?
사는 게 여행 다닐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뭐… 어쨌든, 여행이든 일상이든 삶은 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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