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군대에 갔을때 1군수지원사령부에 자대배치를 받고 원주에 1주일정도 대기하고 있었다.
훈련 받는 몇달동안 듣지 못하던 도시의 소리, -원주가 그렇다고 큰도시는 아니지만-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가 아침에 들렸을때 얼마나 그 소리가 반가운지
그동안 뭔가 문명인으로써 살지 못하고 시골에서 썩는듯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낯선 군인의 모습으로..
그래서 그런 도시의 소리가 그리 문명스럽지 못했던 몇달간의 훈련생활에서의 탈출구 같기도 했을것이다.
그렇지만 1주일 후 난 지금까지 보았던 가장 시골스런 풍경이 있는 그런곳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작은 언덕에 올라서기만해도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과연 이런것이구나 하는것을 느낄 수 있는곳이다.
야간에 근무를 나가면 선명한 은하수가 눈 부시던 그런곳이었다.
지금 나는 서울의 중심.
그곳에서 아주 조금 떨어진곳에 누워있다.
도시의 소리. 도시의 웅웅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그런곳이다.
예전의 그 그리워했던, 그렇게 반가워했던 도시의 소리.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소리가 조금도 반갑거나 듣고 싶은 소리가 아니다.
다만 피곤의 일상, 일상의 피곤함이 묻어나는 그런 소리일뿐이다.
언젠가 문득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에 깨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 웃으며 눈을 뜨고 그 어느날보다 상큼하고 싱그러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것이 그 결코 상쾌하지만은 않은 캘커타의 까마귀 소리라 할지라도....
얼마전 인도 캘커타에서 알람소리와도 같은 까마귀 소리에 잠을 깨어 아침을 맞이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사실 난 기분이 좋았다.
싸이렌 울려대는 소리, 수많은 차들의 운행소리, 빌딩과 지하에서 뭔가를 운전하며 내는 웅웅소리 보다는 알람과도 같은 그 까마귀들의 까아악까악 소리가 훨씬 더 듣기에 좋다.
물론 시골에서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더 좋은건 말할 나위없다.
산골짜기 시골에서 살게된다면 다시 또 이런 도시의 소음들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쨋든 지금은 캘커타의 그 알람소리같은 까마귀 울음소리가 다시금 그리워진다.
2001. 6. 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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