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의 감나무에 붙어있는 매미
장마가 끝날 듯 하면서도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가끔 햇빛이 뜨거운 날도 있는데 그럴 때면 매미들이 오래 기다렸다는 듯 맹렬하게 울어댄다.
매미 우는 소리를 들으면 예전에 미국 LA 에서 왔던, 지금은 이름도 잊어버린 게스트 한 명이 생각난다.
그는 더위가 한창이고 매미가 울어대는 이맘때쯤 왔었다.
지하철역에서부터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동안 매미소리를 들은 그는 나에게 그 소리에 대해 물었다.
‘저 길가에 누군가 스피커를 설치해 놓고 뭔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 같은데 왜 그런거야?’
‘스피커를 틀어 놓다니?’
‘이거 봐 지금 이 소리,..’
지금 이 소리란 매미소리를 말하는 것 이었다.
‘아니 매미를 몰라? Cicada 시케이다! 스커다!!’
‘아 이것이 매미 소리였어? 난 전혀 몰랐어’
‘LA에는 매미가 없어?’
‘그런가봐 이런 소리는 여기 한국에 와서 처음 들어봐’
미국에 진짜 매미가 없는것인지, 이 친구만 모르는 것인지 모르지만 매미소리를 듣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린줄 알았다니, 웃기는 놈이다.
이 얘기를 쓰고 있자니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에는 감나무가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감을 잘 모른다.
감을 보고 이것이 뭐냐고 묻는다.
‘감 몰라? Persimmon!! 맛있어 먹어봐!!’
‘음… 독특하네? 이게 감이구나!’
서양에는 정말 감이 없나? 있을텐데……
아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우리 게스트하우스가 그레이프가든하우스, 이름 그대로 포도정원집이라 포도나무가 마당을 뒤덮고 있다.
이맘때면 포도가 조금씩 익어간다.
많은 도시에서 온 게스트들은 포도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걸 처음 본다며 시기해 한다.
마트에서 사먹기만 했을 뿐 아마 나무에 매달려 있는걸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진짜로 따서 먹기도 하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따 먹지!!!!
오늘 명랑 쾌활하고 예의까지 바른 프랑스 여대생 5명이 왔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들은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매미가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오늘도 맹렬히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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